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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中企중앙회 회장 오른 김기문 로만손 회장

입력 | 2007-03-12 02:59:00

지난달 28일 신임 중소기업중앙회장으로 당선된 김기문 로만손 회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 집무실에서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실질적으로 도와줄 당당하고 힘 있는 중기중앙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원건 기자


《‘318 대 155.’ 더블 스코어였다. 지난달 28일 열렸던 중소기업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중소기업 대표들로 구성된 473명의 투표인단은 김기문 시계조합 이사장에게 표를 몰아줬다. 올해 나이 52세. 그는 5명의 중기중앙회장 선거 출마자 가운데 가장 젊은 후보였다. 그의 공약은 ‘당당하고 힘 있는 중기중앙회’. 젊은 후보가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자 투표인단은 그에게서 ‘변화’의 기운을 읽어냈다. 김 회장이 취임한 지 열흘 남짓 됐다.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 회장 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여전히 새 업무에 적응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루 종일 회의가 이어지고, 산업 현장을 돌아야 하며 밤에는 술자리에서 중소기업인들의 애로를 듣고 있다고 했다.》

이날 만난 그의 두 눈은 새빨갛게 충혈된 상태였다. 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듯했다. 그는 “내 공약은 허무맹랑한 것들이 아니라 당장 실현 가능한 것들”이라며 “대기업을 견제하고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회장의 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기문 로만손 회장△1955년 10월 충북 괴산 출생 △1974년 2월 청주농고 졸업 △1975년 충북대 축산학과 중퇴 △1982∼1988년 솔로몬시계 과장∼영업이사 △1988년 4월 자본금 5000만 원으로 ㈜로만손 창업 △2001년 8월 서울대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 과정 수료 △2004년 2월 한국시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2004년 3월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2006년 5월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

―변화에 대한 요구가 많다. 신임 회장으로서 악화일로의 한국 중소기업 경영 환경을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

“적어도 중소기업을 운영하기에 좋은 환경은 만들어내겠다. 거창한 게 아니라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다. 최근 폐지된 단체수의계약제도도 보완 입법을 추진하고, 기업가라면 정치권과 결탁하는 무리로 보는 반(反)기업 정서도 줄이기 위해 노력하겠다. 중소기업은 한국 봉급생활자의 86∼90%를 고용하는 한국 경제의 핵심이다. 이 점을 정부와 사회에 널리 알리겠다.”

―역대 회장들도 그런 말을 하면서 취임했다. 신임 회장의 구체적인 공약은 무엇인가.

“대기업이 중소기업 영역에 뛰어들지 못하게 하겠다. 한국에서는 대기업이 돈만 좀 된다 싶으면 중소기업의 영역에 들어온다. 이를 막을 수 있도록 중소기업의 사업영역을 법으로 정하고 대기업 침입을 막겠다. 한편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비교해 부족한 것은 기술력보다는 마케팅과 홍보능력인데 이런 마케팅·홍보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산업은행을 중소기업지원 전담 지원은행으로 전환시키겠다. 현재 대기업은 현금이 넘쳐 은행돈을 빌릴 일도 없지 않나. 신용카드사에도 중소기업의 힘을 보여 주겠다. 중소기업과 소규모 자영업자는 힘이 센 대기업보다 훨씬 높은 카드수수료율을 적용받아 왔다. 우리가 뭉치지 못해서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의 뜻을 하나로 모아 신용카드사에 우리의 요구를 알리겠다.”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 지원보다 자신들의 복지에 더 급급하다는 얘기가 있다. 혹시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는가.

“중기중앙회의 목적은 중소기업의 이해를 대변하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을 개발하는 것이다. 이 활동을 제외한 다른 활동은 현재의 트렌드와 어울리지 않는다. 인력 감축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검토도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중기중앙회를 기업형으로 바꾸겠다는 약속은 할 수 있다. 기업은 고객을 만족시켜야 돈을 번다. 그게 기업의 목적이다. 중기중앙회의 목적은 회원사인 중소기업을 만족시키는 것이다. 그게 존재의 이유다. 기존의 컨벤션센터 사업, 방송사 인수 등이 과연 회원사를 만족시키는 사업인지 의문이다. 모든 사업에 대해 이런 기준을 적용해 다시 한 번 꼼꼼하게 검토하겠다.”

―앞으로의 비전은 무엇인가.

“나는 평생을 시계 만드는 데 바쳤다. 그동안 세상이 많이 변했다. 처음에는 값싸고 질 좋은 시계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휴대전화가 보급되자 사람들이 시계산업이 망할 거라고 수군거렸다. 시간을 휴대전화로 보기 때문에 아무도 시계를 들고 다니지 않을 거란 뜻이었다. 하지만 시계는 살아남았다. 시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니라 패션 소품으로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빨리 파악해 시대의 변화에 맞춰 변화했다. 중기중앙회도 그렇게 변해야 한다. 회장이 됐다고 기존의 방식을 모두 뒤엎을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패션 소품이 된 시계’처럼 중기중앙회도 시대에 맞춰 작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시작해야 할 때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