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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성 스포츠전문기자의&joy]배드민턴의 묘미

입력 | 2007-03-07 03:01:00

“무슨 운동이 되겠느냐고요? 한번 해 보세요. 1분만 해도 땀이 비 오듯 합니다.” 몸을 풀고 있는 대교 사내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 김재명 기자

출산(7월예정)문제로 최근 대교를 그만 둔 나경민코치가 동회회원들을 한수 지도한후 동회회원들과 함께 포즈를 취했다. 나경민 선수는 이달 중순 남편 김동문선수가 있는 캐나다 캘거리로 돌아간다.


내 가슴에 손가락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못질하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내 가슴에 비를 뿌리고 가는 사람이 있었다

한평생 그들을 미워하며 사는 일이 괴로웠으나

이제는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빠르다 - 셔틀콕 최고시속 332㎞… 0.1초에 9.21m 날아

노여움만 늘어 가는 나이, 후배들마저 손가락 사이로 슬슬 빠져 나가는 나이, 마침내 어깨에 힘이 빠지기 시작한다. 점점 내 가슴에 똥을 누고 가는 새들이 고마워진다. 예뻐 보인다. 배드민턴을 치기에 ‘딱’인 연배가 된 것이다.

그렇다. 배드민턴 쳐 본 사람은 안다. 그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에 ‘꼴깍!’ 그만 침이 넘어간다. 무아지경. 셔틀콕은 새다. 새는 어디로 날지 아무도 모른다. 때로는 쏜살같이 바람을 가르고, 때로는 눈송이처럼 하늘하늘 춤을 춘다.

라켓(100g)은 그물이다. 그물은 수도 없이 새를 덮치지만, 새는 빙그르르 잘도 빠져나간다. 빠르다. ‘눈 깜박할 새’(1초)에 92.1m를 날아간다. 순간 최고속도 시속 332km. 2005년 5월 제9회 세계혼합단체 배드민턴선수권대회 당시 중국 푸하이펑이 강스매싱을 날린 속도다.

배드민턴 코트는 13.4×6.1m(복식). 가장 빠른 셔틀콕은 0.1초에 9.21m를 난다. 코트 끝에서 끝까지 약 0.145초 걸린다는 계산. 사람은 보통 어떤 움직임에 반응해 행동으로 옮기려면 적어도 0.5초 이상은 걸린다. 결국 배드민턴은 반사신경으로 쳐야 한다. 냄새로 새의 발자취를 쫓아야 한다. 바람보다 빨리 움직여, 바람보다 빨리 라켓을 휘둘러야 한다.

많다 - 전국 동호인 320만 명… 초등생부터 80대까지

강호는 넓고 고수는 많다. 이제 갓 검을 잡은 풋검객부터 눈빛 형형한 고수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 한때 무림지존을 꿈꾸다 부상으로 날개를 접은 고수도 수두룩하다. 하지만 배드민턴 위에 사람 없고, 배드민턴 아래 사람 없다. 고수는 고수대로, 풋내기는 풋내기대로 재미가 쏠쏠하다.

전국에 추산 동호인만 320만 명. 동네마다 크고 작은 동호회가 없는 곳이 없다. 나이도 초등학생부터 80대 노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퍼져 있다.

강영중 대한배드민턴협회 회장 모친인 김정임(86) 씨는 요즘도 매일 새벽 라켓을 휘두른다. 직접 동네 클럽을 만들어 40년 가까이 이끌고 있을 정도로 열혈 마니아.

사내 동호회에서 일주일에 2, 3번 땀을 흘리고 있는 김호정(23·대교) 씨는 “처음엔 무슨 운동이 되겠나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운동량이 엄청나다”고 말한다. 선배 원정희(33) 씨는 “점심이나 아이스크림 내기 등을 하다 보면 저절로 가족 같은 정이 쌓인다”고 덧붙인다. 같은 회사 박제수(38) 씨는 “무엇보다 아이들, 집사람과 같이할 수 있는 운동이라서 좋다”며 웃는다.

동갑내기 동료인 김이경 씨는 “복식게임이 가장 짜릿하다. 며칠만 안 해도 뭔가 허전하고 몸이 찌뿌드드하다”고 말한다. 또 다른 동료인 이상일 씨도 “요통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운동하기 전 스트레칭을 충분히 해야 부상이 없다”고 말한다.

15년 경력의 동네클럽 회원인 박성열(49) 씨는 “한번 빠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을 정도로 재미있다. 하루라도 거르면 오히려 몸이 피곤하다”고 말한다. 6년 경력의 주부 김현희(46) 씨는 “다이어트와 스트레스 푸는 데 으뜸”이라고 말한다.

진화한다 - 알루미늄… 아연… 티타늄… 라켓 소재도 다양

강호에 바람이 분다. 손바닥이 근질거린다. 심장이 뛴다. 신새벽. ‘민턴 마니아’들은 마침내 검을 차고 집을 나선다.

경기는 보통 셔틀콕을 네트 수직 위에서 떨어뜨려 셔틀콕 코르크가 향하는 쪽이 서브를 먼저 넣거나 코트를 선택한다.

근육이 땅기고 숨이 막힌다. 감미로운 긴장감. 터질 것 같은 충만감. 라켓을 잡은 손바닥이 싱그럽다. 라켓은 검이다. 알루미늄 검, 그라파이트(아연) 검, 티타늄 검….

풋검객들은 겨루다가 곧잘 검끼리 엇갈린다. 가끔 다른 코트에서 새들(셔틀콕)이 날아든다. 또 다른 옆 코트에서도 새들이 어지럽게 날고…. 사람들은 새 떼를 좇는다.

셔틀콕은 섬광처럼 날다가도 문득 홀연히 속도를 지운다. 속도는 날개 속에 숨어 있다.

셔틀콕은 생물이다. 때론 총알처럼 직선으로, 때론 피그르! 맥없이 네트 앞에 떨어진다. 눈 밝은 검객은 결코 셔틀콕과 속도를 다투지 않는다. 새가 다니는 길목을 지킬 뿐이다. 그 길목은 네트다. 네트를 점령하면 아무리 빠른 새라도 단칼에 날아간다.

후아! 인간과 새가 네트 앞에서 서로 몸과 마음을 탐하고 있다. 꼴깍! 또 침이 넘어간다.

중년 사내들은 외로워서 ‘타는 목마름으로’ 검을 든다. 나이 먹어 가는 여자들은 ‘지는 꽃’이 서러워 라켓을 든다.

그리하여 잡히지 않는 세월을 이긴다. 아니, 그 모진 세월을 지운다.

▼풋워크 많아야 3번… 손목 많이 써▼

배드민턴은 탁구와 테니스를 합해 놓은 것과 같다. 경기장은 탁구보다 넓고 테니스보다 좁다. 탁구공(2.5g)이나 테니스공(2온스·약 56.7g)은 둥글지만 셔틀콕(4.74∼5.5g)은 마치 우주선 같다.

테니스공은 통통 잘도 튀지만 셔틀콕은 땅에 한 번 몸을 눕히면 꼼짝도 하지 않는다. 배드민턴은 손목을 80∼90% 이상 사용하지만 테니스나 탁구는 어깨를 많이 쓴다. 그러나 빠른 순발력과 강한 체력, 뛰어난 반사 신경을 요구하는 점에서는 똑같다.

배드민턴 풋워크는 많아야 3스텝이다. 90% 이상은 1, 2스텝이면 그만이다. 그 대신 전후좌우 360도 사방으로 끊임없이 방향전환을 해가며 움직여야 한다.

고수들은 많이 움직이지 않는다. 땀도 별로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하수들은 전후좌우 받아내기 바쁘다. 땀을 비 오듯 흘린다. 고수들은 표정 변화도 없다. 상대 코트 홈 포지션에서 헉헉거리는 하수를 무심히 바라볼 뿐이다.

배드민턴을 배우려면 가까운 동네 클럽이나 직장 동호회에 가입하면 된다. 관련 인터넷 사이트도 수없이 많다. 관련 책자나 동영상 자료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기본을 충실히 닦아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지루하다고 처음부터 다짜고짜 게임부터 하다가는 두고두고 고생한다.

자세가 나쁘면 엘보(팔꿈치 통증)나 허리 부상이 올 수도 있다. 1, 2개월 정도 제대로 된 코치에게 차근차근 배우는 것이 지름길이다. 동영상 자료나 책자를 곁들이면 금상첨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