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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2·13 합의’ 이행이 對北 지원의 전제다

입력 | 2007-03-02 23:43:00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실험으로 중단됐다가 7개월 만에 평양에서 재개된 남북 장관급회담이 어제 6개항의 공동보도문을 내고 끝났다. 보도문에는 없지만 15만 t의 비료 지원을 대가로 중단됐던 이산가족 상봉 일정이 잡혔고 쌀 지원을 ‘2·13 합의’의 초기 조치 이행과 연계시킨 것은 ‘일방적 퍼 주기’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한 결과로 읽힌다.

이번 회담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유연해진 북한의 자세다. 이달 중 쌀 지원을 요구하다가 내달 18∼21일 열릴 제13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로 넘기자는 우리 측 주장을 수용한 것이나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는 데 따라’라는 전제가 붙기는 했지만 상반기 중 남북 열차 시험운행에 합의한 것은 북한이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벼랑 끝 외교’에서 ‘유화 모드’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 준다. 지난해 7월 회담을 결렬시키면서 “응분의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협박했던 것과는 크게 달라진 태도다.

북의 태도 변화는 미사일과 핵 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 공조를 편 결과다. 정부는 국제공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고, 노무현 대통령은 ‘대북 제재’라는 용어조차 쓰기를 꺼렸지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일관된 압박 공조가 없었다면 이 정도의 합의도 끌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멀다. 그동안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행태를 보여 온 북한이 비교적 이행이 쉬운 영변핵시설의 동결 등 초기 조치를 취해 미국의 금융제재 해제와 남의 지원 등을 따 낸 뒤에는 또 어떻게 표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해군사관학교 졸업식에서 “북핵문제는 2·13 합의를 통해 해결의 가닥이 잡혀 가고 있다”고 낙관론을 폈다. 하지만 북이 ‘행동’으로 핵 폐기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핵을 머리에 이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진정한 평화란 없다. 북은 엊그제 평양에서 생일을 맞은 이재정 통일부 장관에게 ‘김정일화(花)’를 선물했지만 그 꽃에 담긴 선의(善意)를 아직은 믿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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