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보엔진’ 박지성(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과 ‘스나이퍼’ 설기현(28·레딩 FC)이 열흘만에 재대결을 펼쳤다.
박지성과 설기현은 28일 오전(한국시간) 레딩의 홈구장 마제스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FA컵 16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레딩의 재경기에 나란히 선발 출전했다. 그렇지만 두 선수는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는데 실패했다.
박지성과 설기현은 68분 동안 그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으며, 경기는 전반 초반에만 3골을 몰아 넣은 맨유의 3-2 승리로 마무리됐다.
설날 있었던 경기와 달리 이날 경기에서는 두 선수가 볼을 놓고 다투는 장면이 자주 연출됐다. 설기현이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하면서 오른쪽 윙포워드로 출격한 박지성과 활동 범위가 겹치게 된 것. 두 선수의 양보 없는 대결로 경기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날 경기에서 박지성은 엄청난 활동량을 자랑했다. 날카로운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그라운드 곳곳을 누비며 공격과 수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특히 레딩의 일방적인 공격에 밀려 고전했던 후반전에는 수비에서 잇따라 상대 패스를 차단하는 알토란 같은 역할을 했다.
평소와 달리 왼쪽에서 활약한 설기현도 안정된 플레이를 선보였다. 전반 44분에는 날카로운 중거리슛으로 맨유의 간담을 서늘케하기도. 설기현은 후반 23분 글렌 리틀과 교체돼 그라운드에서 내려왔다.
맨유의 승리로 끝난 이날 경기는 마지막까지도 눈을 뗄 수 없는 숨막히는 접전이 펼쳐졌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쪽은 맨유.
웨인 루니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맨유는 전반 2분 에인세, 4분 루이 사아, 6분 솔샤르의 연속골이 터지면서 3-0으로 앞서갔다. 경기 초반이긴 하지만 전력에서 앞선 맨유의 일방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경기.
하지만 끈질긴 레딩은 거센 추격전을 전개했다. 전반 23분 키슨의 골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한 레딩은 후반 들어서도 쉴 새 없이 맨유의 골문을 두드렸다. 후반전에는 글렌 리틀과 리타를 투입하며 총력전을 펼친 레딩은 후반 39분 리타의 헤딩골로 3-2까지 따라 붙었다.
그러나 레딩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데 실패했다. 후반 종료 직전 날린 오스터의 중거리슛이 골대를 맞고 튀어 나오면서 더 이상 골을 만들어내지 못한 것.
결국 맨유는 레딩에 3-2 진땀승을 거뒀고, 8강에서 이동국의 소속팀 미들즈브러와 4강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이 경기는 박지성과 이동국이 첫 대결을 펼칠 예정이어서 국내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동훈 스포츠동아 기자 arod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