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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칠운삼(技七運三)이란 말이 있다. 바둑에서도 운은 작용하지만 다른 분야에 비하면 미미한 편이다. 많이 봐줘야 운일(運一)이나 될까. 반 집 승부도 실력으로 돌리는 동네이니 그 이하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운이 따를 때가 분명 있다. 도전자에게는 이번 바둑이 그렇다. 누가 알았으랴. 종반에 관한 한 보증수표로 통하는 이창호 9단이 어이없는 실수로 자멸할 줄을.
흑 153부터 백 158까지 상변을 선수했으나 여전히 덤에 걸리는 형세다. 이렇다 할 승부처도 없다. 흑 159 이하도 달리 노림을 품고 둔 수가 아니다. 수가 날 자리도 아니다. 그저 최선의 끝내기를 서둘렀을 뿐이다. 그런데 이때부터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다.
백 164가 첫 번째 의문수. 반 집만 남아도 확실히 이기는 길을 마다 않는 국수가 어찌하여 이 같은 욕심을 부렸을까. 흑 165 한 방이 떨어지자 국면이 시끄러워졌다. 백 164는 참고1도 1이 알기 쉬웠다. 흑에게 A의 단수와 B로 젖혀 잇는 끝내기를 선수로 당해도 10집을 확보한 모습이다.
국수는 흑 165의 치중을 당해도 참고2도 백 1로 그만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그러나 흑 4로 빠져 A와 B를 맞보는 수가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