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0년간 적발된 공무원 범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새 정부 집권 초기에 단속 및 징계 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방이 아닌 중앙에서 일하는 고위직 공무원일수록 정부 출범 1~2년 내에 집중 단속되는 경향이 두드러져 정권 교체 후의 사정 작업이 부패척결 보다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음이 입증됐다.
또한 대대적인 사정활동이 무색해질 정도로 공무원들이 가벼운 처벌을 받아 온 사실도 확인되면서 중립적이고 엄중하게 공직자 부패를 다스릴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공무원범죄 집권 초마다 '급증' =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연성진 박사가 1964년부터 2004년까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뇌물 등 전체 공무원 범죄사건의 연도별 추세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집권 초기에 범죄 건수가 급증했다.
1964년 5000여 건으로 시작한 공무원 범죄 사건 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 김영삼 정부가 들어선 1993년에 급상승 했고 이듬해인 1994년 1만3000여 건까지 폭증했다.
이후 1만2000건으로 하락한 범죄 수는 김대중 정부 첫 해인 1998년 사상 최고치인 1만3490건을 기록했고 이후 9056건까지 떨어졌다가 노무현 정부가 출범한 2003년 9300여건으로 반등했다.
1979년부터 2003년까지의 전체 공무원 징계 건수 추이도 이와 비슷했다.
7000여 건에서 시작한 징계 건수는 1985년 3580건까지 하락했다가 1993년이 되자 7116건으로 늘었고 이후 5000여 건대로 내려갔다가 1998년 다시 6140건까지 증가했다.
공무원범죄에 대한 기소율도 40년간 평균 수치는 24.8%이지만 1993년에는 35.7%, 1998년에는 31.3%를 각각 기록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앙ㆍ고위 공무원에 집중= 이런 `등락' 현상은 지방공무원 보다는 국가공무원에게, 중ㆍ하위직 보다는 고위 공직자들에게 더 뚜렷했다.
국가공무원 범죄 건수는 1964~1997년 200~400건 정도였다가 유신체제가 시작된 1972년과 5공 초기에 각각 500건을 넘었으며 김영삼 정부 초반인 1994년 850건으로 폭증했다. 이후 급락한 수치는 김대중 정부 때 500건대로 다시 늘었다.
반면 지방공무원 범죄 건수는 1964년부터 1998년까지 400건 이하에서 맴돌다가 1999년 800여건으로 갑자기 늘어난 뒤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정권 교체기를 기준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새 정부 초기 범죄 건수가 급등하는 모습은 고위직 공무원들의 범죄 추이에도 반영돼 있다.
전체 공무원 범죄 중 1~3급 공무원들의 범죄가 차지하는 비율은 1986년까지 4%이하에 머물다가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자 7% 이상이 됐고 1992년 2.9%까지 떨어졌다가 김영삼 정부 집권 2년차인 1994년에 8.9%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5~7급 공무원들의 범죄 건수는 정권 변화와 관계없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한편 매서운 사정의 칼날을 맞았던 공무원들도 정작 법원에서는 온정적인 처벌을 받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1987년부터 2004년까지지 죄질이 나빠 법정형이 매우 무거운 죄목인 `뇌물죄'로 기소된 공무원들의 선고 결과 중 `집행유예'가 차지한 비율이 매년 50%를 웃돌았다.
◇감찰 시스템 정비 절실 = 연 박사는 "정권 출범 직후 고위 중앙 공무원에게 사정의 고삐가 강하게 조여진 반면 중ㆍ하위직이나 지방 공무원들의 범죄처리가 부진한 것은 `권력행사' 차원에서 단속이 이뤄졌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적 사정활동은 일선 실무담당 공무원들이 조직적이고 관행적으로 저지르는 부패행위를 오히려 고착화시킬 우려가 있다"면서 "독립적으로 감사나 감찰업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만들고 직무 감찰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법제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징계에 회부된 사안은 지체없이 고소ㆍ고발돼야 하며 사후적 통제 보다도 부패를 유발하는 제도를 개혁해 건전한 환경 속에서 공무 수행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