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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배기량 욕심 줄이면…

입력 | 2007-01-25 03:00:00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신나게 끝까지 달려 보자.’

최근 자동차업계는 연료소비와 환경오염을 부추기는 고출력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출력을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기량을 높이는 것입니다. 현대차는 2004년부터 중형차에 1800cc 엔진을 없애고 2000cc 이상만 만듭니다. 또 3000cc 대신 3300cc를, 3500cc 대신 3800cc를 중대형 차종에 투입했습니다.

렉서스도 3300cc는 3500cc로, 4300cc는 4600cc로 각각 업그레이드했죠. 벤츠에서는 6000cc가 넘는 차종도 속속 내놓고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 회사에서 발표하는 차종들을 보면 4, 5년 전에 비해 배기량이 10∼15% 커졌고 출력은 20∼30%나 높아졌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소비자들의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넉넉한 출력을 선호하고, 공급자는 배기량을 높인 새 모델을 내놓아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상황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자동차 회사는 배기량과 출력을 높이기는 했지만 연료소비효율은 이전 모델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운전을 해 보면 3500cc급 차들은 L당 주행거리가 5∼6km에 불과하고 4000cc를 넘어서면 4∼5km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일부 대(大)배기량 차량은 L당 3km라는 살인적인 연비를 보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CO₂) 배출량은 연료소비량과 정비례합니다. 환경론자들은 ‘대배기량 자동차나 연비가 낮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타는 것은 지금의 쾌락을 위해 인류의 미래를 갉아먹는 사탄 같은 행동’이라고까지 비난합니다.

그러나 수익을 좇는 자동차 회사들은 선(善·연비가 높은 자동차)과 악(惡·대배기량 자동차)을 동시에 내놓습니다. 결정은 소비자의 몫이라는 것이죠.

세계적으로 이번 겨울 날씨가 너무 따뜻해 온실효과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우리의 2세들을 생각한다면 소비자 스스로 출력과 배기량에 대한 욕심을 조금씩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