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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잡으려다 애꿎은 中企 잡을라

입력 | 2007-01-22 03:00:00


중소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A 사장.

그는 요즘 금리 인상 소식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지난해 초 투자 및 운영자금 용도로 30억 원을 대출받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반부터 금리가 많이 올라 부담이 커졌어요. 외국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만 갚아야 할 이자 때문에 추가 대출은 꿈도 못 꾸고 있습니다.”

지급준비율 인상과 총액한도대출 축소 등 통화 당국이 집값을 잡는다는 명목으로 잇달아 내놓은 금융정책들이 중소기업 자금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들 정책으로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집값 상승과 무관한 중소기업들이 애꿎은 ‘이자 폭탄’을 맞고 있다는 것이다.



○ 가파르게 오르는 중기 대출금리

지준율 인상과 총액한도대출 축소가 중기 대출금리 급등을 부채질했다. 특히 지준율 인상으로 시중은행들이 한국은행에 맡길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급격히 늘리면서 시중금리가 크게 올랐다.

국민은행의 중기 대출금리는 지난해 10월 31일 최저 연 5.37%였지만 22일부터는 연 5.77%가 적용된다. 80여 일 사이에 0.4%포인트나 오른 것.

10억 원 대출을 받은 중소기업의 경우 최근 금리 인상으로 연간 이자부담이 5370만 원에서 5770만 원으로 400만 원 늘어나게 된다.

하나은행도 CD연동 공장담보 중기 대출금리를 지난해 10월 말 연 6.46%에서 22일부터는 연 6.85%로 인상한다.

가파른 대출금리 인상으로 올해 들어 18일까지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등 4개 시중은행의 중기대출 잔액 증가액은 5563억 원으로 지난해 9월 3조5743억 원, 10월 2조1573억 원, 11월 3조4682억 원에 비해 뚝 떨어졌다.

한재준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도 지준율 인상과 총액한도대출 축소의 영향이 계속 미치기 때문에 중기대출은 더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 전문가 “선별적 금융정책 필요”

환율 하락과 경기 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이자 부담’이라는 새로운 악재를 만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달러당 원화 환율은 지난해 10월 초 960원대 중반에서 930원대로 밀려 있는 상태. 원-엔 환율도 9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져 수출 중소기업들은 생존이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올해 상반기(1∼6월)에도 경기 둔화세가 계속될 것으로 예측돼 중소기업들의 근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4.0%로 하반기(7∼12월)의 4.7%에 비해 크게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형준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팀 과장은 “지난해에는 대출자금이 많이 풀려 자금사정이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올해는 금리 인상과 함께 환율하락, 경기 둔화가 맞물려 돈 빌려 쓰기가 힘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자칫 중소기업의 기반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선별적인 금융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다 보니까 선의의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며 “자칫 중소기업의 기반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주택담보대출만 억제하고 기업부문 금융은 부담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