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경찰과 가족의 착오로 사망 처리됐던 40대 남자가 교통사고를 당해 신원이 확인되면서 법적으로 새 ‘생명’을 얻게 됐다.
노숙생활을 하던 손모(45) 씨는 지난해 12월 말 서울 청계7가에서 굴착기에 부딪혀 병원에 입원했다.
경찰은 사고 처리 과정에서 손 씨가 1997년 4월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길가에서 숨진 것으로 처리돼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다.
경위를 추적한 결과 당시 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한 중년 남자의 옷 주머니에서 손 씨의 집 연락처가 적힌 쪽지가 나왔고 경찰로부터 소식을 전해들은 손 씨의 아버지가 “왼쪽 어깨의 흉터를 보니 어릴 때 가출한 내 아들인 것 같다”고 확인해 줬다는 것.
경찰은 지문 채취 등 다른 신원 확인 절차를 밟지 않았고, 손 씨 가족은 시신을 인수해 장례까지 치렀다.
당시 사망 처리를 잘못한 동대문경찰서 관계자는 “손 씨가 버린 옷을 숨진 사람이 주워 입었던 것 같다”고 추정했다.
한편 경찰조사 결과 손 씨는 지난해 1월에도 교통사고를 당해 신원이 확인될 뻔했지만 병원 치료 직후 종적을 감춰 ‘사망’ 상태로 살아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손 씨는 3일 주민등록을 회복해 법적으로 다시 살아났다. 착오로 사망 처리를 했던 경찰관은 인사상의 불이익이 주어지는 ‘계고’ 처분을 받았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