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논술전문가인 박정하 성균관대 교수가 올해 정시모집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을 위해 2차례에 걸쳐 ‘정시 논술 특강’을 진행합니다.》
쟁점을 파악한 뒤 자신의 관점을 명확히 하라
정말로 시험이 코 앞에 다가왔습니다. 비행기에 비유하자면 이륙을 위해 이제 시동을 걸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이 마지막 시기에 무엇을 해야 할지 차분히 네 가지만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째, 자신의 관점을 좀 더 구체화시키고 분명히 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지금은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얻기보다는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정리하여 활용 가능하게 활성화시켜야 함을 이미 강조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자료들을 읽으면서 정보와 지식의 내용에만 주목하지 말고 자신의 관점을 더 분명하게 정립하는 것입니다.
대입 논술고사에는 다양한 쟁점이 출제됩니다. 그런데 이런 쟁점 모두에 대하여 알맞은 정보와 지식을 다 갖춘다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결국 어떤 쟁점이 나오건 나름대로 접근할 수 있는 자신의 관점이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인간 본성에 문제가 있다거나 혹은 기술 문명에 의한 인간 소외가 문제라는 생각을 상식 수준 이상으로 하고 있는 학생은 어떤 문제가 제시되건 인간 본성이나 인간 소외의 관점에서 나름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시장 논리가 문제라는 생각을 상식 수준 이상으로 하는 학생은 정보 문제이든 생태 문제이든 대중문화 문제이든 간에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적 관점에 서서 시장의 문제점을 토대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나름대로 뚜렷한 관점이 서 있는 학생은 어떤 문이든 열 수 있는 만능 열쇠를 가진 셈이 되어 다양한 주제가 출제되는 대입 논술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를 갖추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배경 지식을 학습할 때 구체적인 정보를 정리하기보다는 쟁점과 관련된 거시적인 이론적 지형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먼저 쟁점이 제기되는 배경을 이해한 다음, 그 쟁점에 대하여 어떤 입장들이 서로 대립하고 있으며, 각 입장의 핵심 주장과 논거가 무엇인지를 정리해 봅니다. 그리고 어떤 입장에 동의할 수 있을지 고민하여 자신의 입장을 정해봅니다. 여러 쟁점을 다루면서 각각에 대하여 입장을 정하다 보면 공통된 자신의 관점이 확인되거나 더 분명해지게 됩니다. 물론 이런 관점은 대학 와서 더 공부하는 과정에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 단계에서는 이것이 자신의 관점이므로 이를 충실하게 반영해서 논술문제에 접근함으로써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기출 문제를 활용하여 답안을 구상하는 훈련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기 관점에서 문제에 접근하는 훈련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여러 대학의 다양한 기출 문제를 풀어보는 것입니다. 기출 문제는 어느 대학이건 출제위원단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문제들이므로 연습 문제로서도 최상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요구하는 답안의 형태나 분량이 지망 대학과 유사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관점을 적용하고 응용하는 실전 훈련이기 때문에, 다른 대학의 기출문제들을 보면서 어떻게 자기 관점에서 이 물음에 접근할 수 있을지 답안을 구상하는 연습을 해보아야 합니다. 완성된 답안을 써보면 더 좋지만, 시간이 부족할 경우는 개요만 짜 보아도 좋습니다. 되도록 많은 기출 문제에 대하여 논제를 파악하고 답안을 자기 관점에서 구상하는 훈련을 해보는 것이 남은 기간에 꼭 필요한 실전 훈련입니다.
그리고 지망 대학의 기출문제를 풀어보거나 다시 검토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합니다. 아직 풀어보지 않았다면 실전 적응 차원에서 지망 대학의 기출 문제를 하루 한 문제씩 풀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이미 풀어보았다면 각 대학의 홈페이지에 소개된 기출문제 해설이나 EBSi의 대학별 강의에서 그 대학의 교수가 직접 출연하여 들려주는 기출문제 해설을 반복해 보면서 지망 대학 논술의 특징에 적응해야 합니다.
셋째, 답안을 구상할 때 전략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출문제들을 풀어보면서 문제마다 공격적으로 접근할 것이지, 방어적으로 접근할 것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관심 있게 고민해본 적이 있어서 나름의 주장이 있는 주제라면 자기 생각을 과감하게 제시하는 공격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A급 답안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나름의 생각이 딱히 없는 당황스러운 문제라면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B급 답안을 겨냥하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는 무리한 시도를 하지 말고 상식 수준의 내용이지만 논리적으로 잘 구성하여 견고한 답안을 쓰는 데에 주력해야 합니다. 상향 지원한 경우가 아니라면 실전에서는 방어적으로 답안을 써야할 경우도 많기 때문에 문제를 보고 판단하여 미리 전략을 세워 접근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같은 문제에 대해 공격적인 답안과 방어적인 답안을 각각 작성해 보는 연습을 몇 번 해보는 것도 실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넷째, 제시문에 접근할 때 나무보다는 숲을 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실전을 앞둔 이 시점에서는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세밀한 부분에 얽매이기보다는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 연습에 주력해야 합니다. 각 문단 별로 대체적인 중심 내용을 파악하는 정도로도 답안을 쓰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각 문단의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한 다음, 이를 기초로 제시문 전체의 핵심 주장을 한두 문장으로 표현해 보는 훈련을 계속해 보아야 합니다. 기출 문제의 제시문을 활용하면 더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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