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보통 사람들의 선행과 기부가 실핏줄을 타고 흐르는 피처럼 우리 사회의 온기(溫氣)를 유지시켜 주었다(A13면 참조). 40년간 담배장사로 모은 재산을 건국대에 기부한 이순덕 할머니, 영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8년간의 소송 끝에 받은 보상금 중 절반인 10억 원을 떼어 장애인 재활전문병원 건립을 위해 내놓은 황혜경 씨 등 많은 이가 기부의 행렬을 길게 이었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개인 기부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모금한 1579억 원 가운데 개인 기부는 12.7%인 200억3400만 원이었다. 나머지는 기업, 공공기관, 사회단체가 기부한 것이다.
소득이 높아졌다고 개인의 기부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기부가 빈약한 것은 우리가 개인과 가족의 이기적 삶에 매달려 이웃으로 관심을 넓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메마른 사회에서 어렵게 마련한 전 재산이나 장기(臟器)를 이웃에 선뜻 내놓는 이들의 선택은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미국 시러큐스대 아서 브룩스 교수는 최근 저서 ‘누가 진정 관심을 갖는가’에서 개인소득 대비 기부액 비율을 따져 보면 연간소득 2만 달러(약 1850만 원) 미만인 사람들이 그 이상 버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낸다고 분석했다. 빌 게이츠, 워런 버핏 같은 세계적인 부자의 공헌도 크지만 ‘개미 기부자’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것이다.
언 땅에 떨어진 기부의 불씨는 추위에 떠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 주고, 빈자(貧者)와 부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어 공동체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진정한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