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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의 무비홀릭]유치할 만큼 달콤한 유혹의 법칙

입력 | 2006-12-13 19:09:00


7일 개봉된 '미스터 로빈 꼬시기'는 혼혈계 미남배우 다니엘 헤니를 '파는' 데 초점이 맞춰진 영화다. 영화는 숫한 로맨틱 코미디들이 남자주인공을 멋지게 보이려고 사용했던 '장르의 법칙'을 반복하는데, 그 법칙들이란 게 약간 유치하면서도 여전히 효과만점인 것이다. '미스터…'에서 헤니를 띄우기 위해 구사된 클리셰(cliche·상투적 혹은 진부한 장면)들을 꼽아봤다. '유치한 것'과 '익숙해서 편한 것'은 종이 한 장 차이 아니던가!

① '싸가지'가 없다=최근 여성들 사이 최고 인기 남성상은 이른바 '올짱(All+짱)'. 학벌 외모 능력 재력 등 모든 것(all)을 갖춘 남자를 뜻한다. 하지만 '올짱'이 되기 위해선 단 한 가지가 반드시 없어야 하는데, 바로 '싸가지'. 싸가지가 없어 보여야 더 매력적이다. 영화에서 하버드 로스쿨 출신의 잘나가는 비즈니스맨인 헤니의 첫 등장은 너무 익숙하게도 '싸가지'가 없다. 민준(엄정화)의 차에 들이받힌 외제 차에서 나온 헤니는 민준이 내민 명함을 받고는 흘깃 한번 쳐다본 뒤 일언반구 없이 차에 올라 휙 사라져버린다. 아, 멋져! 싸가지 없는 뒷모습….

②한국어는 못한다=영화에 따르면 헤니는 5개 국어에 능통한 인물. 근데 하필 한국어는 알아듣기만 할 뿐 한마디도 하질 못한다. 민준이 '삑사리' '퉁치기' 등의 은어를 사용하자, 헤니는 기다렸다는 듯 "픽,싸,리?" "뚱,치,기?" 하고 어설프게 되뇌면서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 멋져! 한국말 못 알아듣는 이국적인 모습…. 헤니는 여자가 궁지에 처했을 때는 "Are you okay(괜찮아)?", 여자가 실연의 아픔에 처했을 때는 "No pain, no gain(고통 없이 얻는 건 없어)" 같은 짧고 멋져 보이는 한마디를 던지는 센스까지 보여준다.

③웃통을 벗는다=여자는 사전 약속 없이 남자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른다. 격렬한 운동을 하던 남자는 땀이 흠뻑 밴 상반신을 드러내면서 문을 연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 러닝머신 위를 달리다 헐떡이며 문을 연 헤니는 자신의 감동적인 웃통에 숨이 턱 막힌 민준에 대고 무관심한 듯 한마디를 툭 던진다(사진1). "What are you doing here at this hour(이 시간에 무슨 일이지)?" 아, 멋져! 한국말 못 알아듣는 이국적인 모습…. 조깅을 하다 멈춘 그의 가슴이 땀에 흥건히 젖어있는 건 기본(사진2). 헤니는 심심하면 뒷짐을 쥐거나(사진3) 골반에 손을 얹는 방법(사진4)으로 가슴근육을 부각시킨다.

④마지막엔 꼭 멋있다=클라이맥스에서 남자배우는 기막힌 한마디를 여배우에게 던지기 마련. 여배우에게 감정이입 된 여성 관객들은 '아, 저건 내게 속삭이는 말이야!' 하는 달콤한 착각에 빠진다. 헤니는 이별을 아쉬워하는 민준에게 이런 멋지고도, 어디서 많이 들어본 듯한 한마디를 속삭인다.

"당신을 알게 된 건 내 인생에 정말 큰 행운이었어. 당신은 세상 모든 남자들한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어. 이 세상 그 어떤 여자보다도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자야. (웃으며) 떠나기 전에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 '

아, 멋져! 몸도 마음도 말도 종합적으로 따스한 헤니….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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