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레게머리 괴짜천재 또 무슨일을 벌일까…신민영씨의 유쾌한 인생

입력 | 2006-12-09 03:02:00

올해 사법시험에 최종 합격한 신민영 씨의 이력은 화려하다. 국회의원 보좌관, 미용실 사장을 거쳐 연예기획 사업을 준비 중이다. 신 씨가 자신이 공동 운영하는 미용실 ‘트위스트헤드’에서 독특한 포즈를 취했다. 원대연 기자


촘촘히 땋아 만든 레게머리, 검은색 뿔테 안경에 흰색 후드티를 입은 힙합풍 스타일. 유행의 진원지인 서울 ‘홍대 앞 거리’에 가면 한번쯤 볼 것 같은 인상이다.

신민영(29) 씨의 이력은 화려하다. KBS ‘퀴즈 대한민국’ 왕중왕, 펀드매니저, 인터넷 매체 칼럼니스트, 국회의원 보좌관, 미용실 사장, 그리고 제48회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

신 씨가 운영하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부근의 미용실에서 그를 만났다. 독특한 레게머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대학 2학년 때 갑자기 파마를 하고 싶어졌어요. 어차피 하는 것이니 세게, 남들 잘 안하는 모양으로 하려고 레게머리를 했지요. 지금은 다른 머리스타일은 절대 못해요.”

그는 투자자들에게서 2억5000만 원의 자금을 모아 레게머리 등 특수머리 전문 미용실인 ‘트위스트헤드’를 차렸다.

신 씨의 사법시험 준비 기간은 짧았다. 2003년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에 들어갔지만 국회의원 보좌관과 미용실 사장을 겸업해야 했기 때문. 1차 합격에 8개월이 걸렸고, 2차는 세 번 떨어진 끝에 붙었다.

“구멍 난 항아리에 물을 아무리 부어 봤자 절대로 가득 못 채웁니다. 빠지는 양보다 더 많은 물을 계속 부어야 어느 순간 가득 찹니다. 시험일에 맞춰 순간적으로 공부량이 일정 수준을 넘었던 것이 행운이었죠.” 신 씨가 말하는 합격 비결이다.

신 씨는 국회 주변에서는 의원 못지않게 잘 알려져 있다. 2004년부터 레게머리를 하고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을 도왔다.

그는 1997년 서울대 법대에 입학했다. 대학 3학년 때 시작한 국민창업투자의 펀드매니저 활동은 법대생으로서 첫 번째 외도.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수익성을 판단하는 투자심사 역할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대학 3학년생에게 펀드매니저를 맡긴 것은 좀 어이없죠. 그래도 수익성은 좋았습니다.”

펀드매니저 직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회사가 인수합병되면서 그만둬야 했다. 전문 자격증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사법시험을 준비했다.

그의 이력이 항상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당시인 대학 신입생 시절엔 과외자리를 구하지 못해 전단을 돌렸다. 1999년엔 서울대 총학생회장 선거에 나가 5표 차이로 떨어지기도 했다.

신 씨는 미용실 단골 연예인인 노홍철, 거미, 휘성 등의 도움을 받아 연예기획사를 차릴 계획이다.

“연예인들의 이미지, 패션, 재정 문제와 법률소송까지 일괄 처리하는 연예기획 사업을 준비 중입니다. 그동안 제가 배워 온 모든 일을 통합하는 셈이지요.”

사법연수원 입소를 당분간 연기하겠다는 그는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기존의 송무 중심 변호사 활동은 경쟁력이 없다”며 “소송이 시작되기 전에 개입해 법원에 가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일을 다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