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탈주 안했으면 벌써 풀려났을텐데…탈주범 이낙성 검거

입력 | 2006-11-01 03:03:00

서울 성동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탈주범 이낙성 씨. 턱에 붕대를 감은 것은 술을 마신 뒤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턱과 이를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박영대 기자


청송감호소(현 총송제3교도소)의 보호감호 상태에서 병원 치료를 받다가 탈주한 이낙성(42) 씨가 탈주 1년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이 씨는 탈주하지 않았다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인간의 존엄성 등을 해친다”는 지적에 따라 이 씨가 탈주에 성공한 4개월 뒤인 지난해 8월 보호감호제가 폐지돼 대다수 재소자는 감호소에서 출소했다.

이 씨는 31일 오후 3시 10분경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영동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이 씨의 신상을 알게 된 병원 직원의 신고로 병원에서 80m 떨어진 기업은행 앞 도로에서 검거됐다.

이 병원 원무과 직원 박모(32) 씨에 따르면 이 씨는 이날 오후 2시 50분경 턱 부위를 다치고 앞니 두 개가 빠져 피를 흘리며 말을 하기 힘든 상태로 병원에 찾아와 치료를 부탁했다. 박 씨가 치료 전 진료 기록을 작성하기 위해 이름을 묻자 이 씨는 평소 자기가 즐겨 읽던 무협지 주인공인 ‘정종철’이라고 했다.

박 씨가 주민등록번호를 묻자 “머리를 다쳐 생각이 나지 않는다”며 머뭇거리던 이 씨는 “인적사항을 모르면 치료를 할 수 없다”는 박 씨의 말에 “나는 이낙성이다. 감호소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경찰이 잘 알 것이다”라고 답했다.

턱을 붕대로 감는 응급조치를 받고 오후 3시경 병원을 나간 이 씨는 병원 직원의 신고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에 순순히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씨는 전날 저녁부터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 6병을 마신 뒤 택시를 타고 최근 머물러 오던 성동구 성수동 여관을 찾아가다 근처 건물 2층 계단에서 넘어져 턱을 다쳤다.

검거 당시 이 씨는 진회색 바탕에 줄무늬가 있는 상의에 검은색 바지의 평범한 모습으로 탈주 전보다 훨씬 수척해 보였다. 그는 “탈주 생활이 너무 힘들어 자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2001년 1월 말 강도 등의 혐의로 체포돼 징역 3년에 보호감호 7년을 선고받고 청송감호소의 보호감호를 받던 지난해 4월 7일 치질 수술을 위해 입원한 경북 안동시 S 병원에서 탈주했다.

서울로 온 이 씨는 서대문구 마포구 성동구 등의 중국집을 전전하면서 주방보조로 일당 3만 원가량을 받으며 중국집, 사우나 등에서 숙식해 왔다.

이 씨에게는 우선 도주죄가 적용되고 탈주 당시 교도관의 지갑이 들어 있던 잠바를 훔쳐 절도죄가 추가될 것으로 보여 최고 징역 9년이 선고될 수 있다.

그동안 경찰은 이 씨 검거를 위해 현상금 1000만 원을 내걸었고, 모두 30개 팀 166명 규모의 전담반과 연인원 수만 명을 동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이 설 기자 snow@donga.com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