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난만한 얼굴에 오동통한 몸집, 빨간 티셔츠 밑으로 볼록 튀어나온 배. ‘곰돌이 푸(Winnie the Pooh)’를 보고 있으면 어른도 동심(童心)에 빠진다. 특히 꿀단지를 보고 좋아하는 장면을 떠올리면 미소가 절로 나온다.
곰돌이 푸는 온순하고 상냥한 성격 덕분에 오랜 기간 전 세계 어린이의 ‘친구’로 활약하면서 연예계의 슈퍼스타이자 대박의 캐릭터 상품이 됐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02년 한 해 동안 월트 디즈니사가 곰돌이 푸의 연관 상품을 팔아 59억 달러(현재 환율로 약 5조67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했다.
디즈니사는 홈페이지에서 곰돌이 푸를 이렇게 소개한다.
“곰돌이 푸는 한 꼬마의 봉제 인형으로부터 시작해 지금은 우정과 즐거움, 상상력을 상징하는 글로벌 아이콘으로 성장했다.”
곰돌이 푸는 영국의 작가 앨런 알렉산더 밀른이 만들어내 숨결을 불어넣었다. 밀른은 1925년 12월 24일자 런던 이브닝 뉴스지에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빈의 곰 인형을 소개한 뒤 이듬해 10월 14일 곰돌이 푸가 주인공인 ‘위니 더 푸’라는 동화책을 펴냈다. 위니라는 이름은 아들의 인형에서 따온 것. 아들 역시 동화 위니 더 푸에서 호랑이 ‘티거’, 분홍 돼지 ‘피그렛’과 함께 푸의 친구로 등장해 모험에 동참한다.
곰돌이 푸의 ‘잠재력’을 알아챈 인물은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슬레진저였다. 그는 1930년 캐릭터 이용 계약을 한 뒤 동화책을 포함한 각종 출판물에 곰돌이 푸를 등장시켰다.
1961년에는 디즈니사가 달려들었다. 슬레진저 및 밀른의 후손과 판권 계약을 하고 영화와 비디오, TV 시리즈, 책, 의류 브랜드 등으로 상품화했다. 디즈니사의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능력에 힘입어 곰돌이 푸는 곧바로 월드스타가 됐다.
곰돌이 푸는 데뷔 80년 만인 올해 4월 미국 할리우드 거리에 깔린 레드 카펫을 밟았다.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심슨 가족 등에 이어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7번째 만화 캐릭터가 된 것.
곰돌이 푸의 모험은 계속될 전망이다. 디즈니사는 푸의 캐릭터를 붙인 과일을 판매할 예정이며 내년부터 새 TV 시리즈 ‘내 친구 티거와 푸’를 방영할 계획이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