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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2에 키 90cm’ 왜소증 이정훈군 “내꿈은 축구선수”

입력 | 2006-09-29 03:02:00


“와! 키가 1m도 안 되는 선수가 볼 컨트롤을 저렇게 잘 하다니….”

28일 오전 10시 울산종합운동장 보조구장.

전국장애인학생체전 풋살 경기에 출전한 경기 안산시 명혜학교 이정훈(18·고교 2학년) 선수를 바라보는 200여 명의 관중은 경기 내내 탄성을 쏟아내며 힘찬 박수를 보냈다.

‘풋살(futsal)’은 가로 20m, 세로 40m의 농구장 크기 경기장에서 하는 5인제 미니축구.

이 군의 키는 90cm로 이날 함께 뛴 다른 선수의 가슴에도 못 미칠 정도였다. 선천성 연골무형성증(왜소증) 때문에 키가 자라지 않았기 때문. 2만5000명에 1명꼴로 나타나는 이 병에 걸리면 남자는 145cm, 여자는 140cm를 넘기지 못한다.

이 군은 이날 경기 시간 30분 가운데 25분을 뛰었다. 미드필더로 출전한 이 군은 다른 선수들이 한 걸음에 뛰는 거리를 두세 걸음쯤 뛰어야 하고 높은 볼은 처리하지 못한다. 하지만 송곳처럼 꽂는 원터치 패스가 일품인 데다 발이 빨랐다.

명혜학교 노영호 풋살 감독은 “정훈이는 신체조건에 비해 볼 컨트롤이 좋고 시야가 넓은 게 장점”이라며 “학교 수업을 마친 뒤 하루 1, 2시간은 꼭 운동장에서 따로 연습을 하는 연습벌레”라고 말했다.

이날 명혜학교는 이 군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전북 동안재활학교와의 경기에서 전반전에만 5점을 내줘 5-0으로 졌다.

이 군은 9세에 뒤늦게 일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나 작은 키가 놀림감이 되는 데다 등하교가 힘들어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2004년 검정고시에 합격한 이 군은 지난해 고등학교 과정의 특수학교인 명혜학교에 입학했다.

“화장실 세면대와 슈퍼마켓 계산대가 일반인의 높이에 맞춰져 있어 불편하다”는 이 군은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나를 쳐다볼 때가 가슴이 가장 많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 군은 아직도 아동복을 구입해 입고 있다.

명혜학교의 학비는 무료지만 3개월에 27만 원인 기숙사비는 보험회사에 다니는 어머니가 댄다. 3년 전 이혼한 어머니는 이 군과 장애를 갖지 않은 여동생(17)과 남동생(9)을 돌본다.

“축구가 너무 좋아 키는 작지만 그라운드를 마음껏 누빈 마라도나처럼 훌륭한 축구선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는 이 군은 “아무래도 신체조건이 축구선수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요즘 진로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가 재미있어 대학에서 이와 관련된 공부를 하고 싶다”며 “나를 위해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위해 공부도 열심히 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 뒤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