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법조계 내부 갈등을 촉발한 자신의 최근 발언에 대해 26일 공개적으로 해명하고,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우회적으로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오후 전국 지방법원 순시의 마지막 일정으로 서울고법과 서울중앙지법을 방문해 판사 및 직원들에게 훈시하면서 “말실수였고, 검찰이나 변호사단체를 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재판이 나아갈 방향,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를 강하게 얘기하다가 검찰과 변호사단체에 대해 원색적으로 얘기했는데, 검찰이나 변호사단체가 상처를 입었다면 그것은 절대 의도한 바가 아니었다”고 거듭 해명했다.
검찰 수뇌부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이 대법원장의 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어서 일단 법조계 내부 갈등이 더 격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협은 이 대법원장의 해명 발언이 나온 직후인 오후 6시 임시이사회를 열고 후속 조치를 논의한 뒤 성명서를 내고 “이 대법원장의 발언을 변호사단체에 대한 사과 발언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미흡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일단 수용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변협은 변호사단체가 요구했던 이 대법원장에 대한 민형사상 법적 대응 등 후속조치는 전체 변호사의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며 이를 완전히 철회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대검찰청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지만,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사과로 보기에는 미흡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훈시에서 ‘변호사가 내는 서류는 사람을 속이려고 장난치는 게 대부분이다’라는 19일 대전 발언과 관련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절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는 발언에 대해선 “민사재판에서 수사기록을 갖고 결론을 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법원 검찰 변호사가 어느 정도 분리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과 평소 지론인 형사소송의 공판중심주의와 민사소송의 구술주의에 대해서는 분명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는 “법원 검찰 변호사가 잘 협조해야 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유착관계가 있는 것처럼 비쳐서는 안 된다”며 “법원 검찰 변호사의 역할은 따로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번 일로 대법원장 저 개인으로서는 가슴에 응어리가 질 정도로 상처를 받았지만 재판의 주체는 판사라는 게 이번에 국민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것 같다”며 “이 일을 통해 법원을 위해서는 ‘내가 큰 건을 한 건 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