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돛올린 뉴라이트 신노동연합-권용목 상임대표에게 듣는다

입력 | 2006-09-20 03:00:00

울산시립공설운동장에서 한진희노동부차관(오른쪽 양복 입은 사람)이 노조협의장 권용목(왼쪽 손들고 있는 사람)씨와 근로자들에게 중재안을 발표 고 있다.(동아일보 자료사진:1987.8.19게재)


《“이미 안정된 일자리를 가진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이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 보니 노동운동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습니다.” 새로운 노동운동 단체인 ‘뉴라이트 신노동연합(신노련)’ 권용목(49) 상임대표의 노조 비판은 ‘고해성사’의 성격이 짙다. 권 대표는 1987년 울산지역 총파업을 이끌었던 주인공. 그는 1990년대 중반까지 노동계 ‘과격 투쟁’의 중심에 서 있었다. 1987년부터 1994년까지 4차례나 투옥된 그는 1995년 11월 민주노총 출범과 함께 초대 사무총장을 맡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둥지였던 단체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새로운 노동운동 단체를 만든다는 것 자체가 노동계에는 큰 충격이다. 1996년 홀연히 노동계를 떠났던 그에게 지난 10년간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그에게 신노련의 설립 의미와 전망을 들어 봤다.》

―1996년 노동계를 떠난 이유는….

“당시 기업 구조조정과 고용 유연성 문제를 논의하던 대통령자문기구 노사관계개혁위원회(노개위)에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문제를 놓고 지도부와 갈등을 겪었다. 당시 중소기업이 잇달아 동남아시아 등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현실적 접근을 강조했으나 지도부는 노개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개량’이라며 비난했다. 더욱이 1980년대 후반부터 노동 현장에 주사파(主思派) 운동권이 들어오면서 노동계가 이념 논쟁의 장으로 변질됐다. 기존 노동계에서 더는 희망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해 민주노총 사무총장 직에서 물러났다.”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나.

“노동 해방을 부르짖던 옛 사회주의 국가들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노동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유심히 관찰했다. 현재 그들은 일에 대한 자긍심이 없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려는 노력도 하지 않는다. ‘공장의 실패’가 사회주의의 실패로 이어졌다. 노동자가 의욕을 잃으면 사회 발전 동력도 끊어진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현 노동운동의 문제는 무엇인가.

“1980년대 노동운동 방식을 21세기에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1980년대에는 자본과의 투쟁이 유일한 사회 불평등 해소 방안이었다. 하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지금은 근로자가 기업과 협력하지 않으면 모두 망한다. 그런데도 노사 화합을 얘기하면 ‘어용’으로 찍히니 노동운동이 강경 투쟁 일변도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노동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자본가가 노동자를 착취해서 노동조건이 악화된 것이 아니다. 일자리 부족이 노동조건을 악화시킨 주범이다. 노동운동이 무엇인가. 노동자가 잘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 노조도 투쟁이 아닌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일자리 창출을 통해 사회 불평등이 해소될 수 있다고 보나.

“비정규직 문제만 봐도 10년 동안 노동계는 대안 없이 낡은 원칙만 고집했다. 그 결과 비정규직의 삶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라는 흐름을 바로 보고 기업과의 상생을 선택했다면 노조는 비대해진 반면 노동자의 삶은 비참해지는 지금의 모순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비정규직에게 실직만큼 끔찍한 고통은 없다. 일자리 창출만이 사회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다.”

―신노련이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노동자의 참여를 통해 중소기업의 성장 동력을 강화해야 한다. 중소기업은 고용 확대를 위한 사회적 보루다. 하지만 좋은 중소기업이 새로 생겨나는 구조가 파괴된 상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와 기업, 노동자가 함께 참여하는 정책 기구가 필요하다. 또 노조는 투자자들에게 노동자를 세일즈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자본의 속성이 뭔가. 돈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그런데 현재 자본이 생산 현장에 투자하는 것을 기피하고 투기에 몰려 있다. 노조가 앞장서서 일터를 사랑하고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투자자에게 보여 줘야 기업에 돈이 들어오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 있나.

“지자체의 일자리 창출 사업에 참여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의 생산성 연구에 노조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이후 생산성이 향상된 중소기업의 사례를 적극 홍보해 다른 생산 현장에서도 적용하도록 할 생각이다. 나아가 노조가 우리의 운동 방식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일도 지속적으로 벌여 나갈 생각이다.”

끝으로 권 대표는 “전 세계 국가와 기업 사이에 소리 없는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 소용돌이 속에서 노동자가 사회 발전의 중요한 축이 되겠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1957년생 △천안공고 졸 △1987년 현대엔진(현 현대중공업) 초대 노조위원장 △1987년 현대그룹 노동조합협의회 의장, 현대그룹 총파업 관련 구속 △1988년 현대엔진 노조인정 관련 구속 △1989년 현대중공업 128일 파업 관련 구속 △1995∼96년 민주노총 초대 사무총장

■ 신노련 출범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