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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황상민]바다이야기, 한탕이야기

입력 | 2006-08-22 03:00:00


인터넷에서 한동안 ‘된장녀’ 논란이 있었다. 남의 돈으로 자기 멋에 겨워 잘사는 듯이 보이는 젊은 여성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었다. 근검절약, 성실한 삶의 교훈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일까?

그런데 현실 세계는 길거리에 널려 있는 ‘바다이야기’로 더 시끄럽다. 사이버 공간과 현실 모두 열심히 일하지 않고 허영과 요행을 좇는 인간들로 가득 찬 듯하다. 모두 된장처럼 구수하지도, 바다처럼 시원하지도 않다.

자기 멋에 겨워 살아가는 된장녀야 그렇다고 하자. 하지만 바다이야기는 다르다. 내가 낸 세금으로 돌아가는 정부가 허가하고 도와주었다. 어찌 이런 일이? 정직하고 열심히 일해 돈 버는 것을 포기하라는 말인가? 돈을 벌고 권력만 잡으면 나만 옳고, 잘났다고 우길 수 있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국민은 또 다른 신세 한탄을 해야 할 것이다.

한 번의 선거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정치인이나 길거리 도박장에서 대박을 꿈꾸는 민초나 모두 같은 심리이다. 편법과 요행이 판친다고 하지만 그렇게 한탄하는 지식인도 그리 다르지 않다. 자기 문제와 이익에 대해서는 ‘관행에 따라’ 또는 ‘모두 그렇게’라는 주문으로 합리화하고 변명하기에 바쁘다. 국민과의 신뢰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정작 신뢰가 어떻게 쌓이는지는 관심 밖이다. 우리 지도자의 이야기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정부는 골목마다 한탕 체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의도하지 않은 실책이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요행을 부추겼고 사행심을 조장했다. 문화상품권까지 도박판 돈으로 만든 공무원의 친절이 야속하다.

이런 것이 잘못이 아니라면 정부가 저지르는 어떤 더 큰 범죄에 민초들이 관대해야 할까? 이런 경우, 약방의 감초처럼 ‘저 푸른 집’에 사는 어떤 분을 원망한다. 그분이 한탕주의와 요행주의를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대다수 국민은 자신의 삶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또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고민한다. 살기 힘들다고 느낄 때 이런 고민과 무엇에 기대고 싶은 욕구는 더 커진다. 그렇기에 때로 앗사위 판이라는 도박판에 기댄다.

삶의 어려움이 정말 초근목피 상황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기 힘들다. 나의 생활의 어려움은 어쩌면 나보다 더 잘사는 이웃만큼 내가 못살기 때문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 근면과 성실을 강조하고 1000원짜리 가치를 운운하는 사람은 얄밉다. 믿을 것은 돈밖에 없고, 또 돈만 벌면 최고라는 것을 모두 믿고 있을 때, 그런 이야기는 뭔가 속임수 같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삶을 살자는 참살이(웰빙)마저도 ‘잘 먹고 잘사는 것’으로 바꾼 우리다. 정말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모르는 게 짜증난다.

그렇다고 모두가 돈을 좇는 ‘개 경주’에 참가해야 할까? 그렇게 살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은 더욱 무겁다. 이제 정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정말 정직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싶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찾고 선택해야 하는 삶의 가치다.

무엇이 소중하나요? 돈, 건강 또는 가족의 행복? 만일 우리 각자가 자신이 생각하는 그것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면 그것은 소중하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바다이야기에서 인생 역전을 찾는 부나비가 된다. 정말 소중한 것과 중요하게 믿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의 삶에서 다걸기(올인)할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상황이다. 이제 그것을 찾고 선택할 때다.

황상민 연세대 교수·심리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