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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을 ‘사랑의 매’

입력 | 2006-08-16 03:02:00


대구 수성구 O고교에서 교사가 보충수업에 지각한 3학년 학생 2명을 심하게 체벌해 물의를 빚고 있다. 매를 맞은 학생 가운데 1명은 병원에 입원했으며, 다른 학생은 통원치료를 받고 있다.

15일 이 학교에 따르면 국어를 담당하는 박모(35) 교사는 14일 오전 7시 55분경 이 학교 3학년 9반 유모(18) 군과 안모(18) 군이 5분가량 지각을 했다는 이유로 복도에 엎드려뻗쳐를 시킨 상태에서 손가락 굵기의 길이 50cm가량의 막대기로 엉덩이를 100대 이상 때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유 군은 머리카락이 학교 규정(앞머리 5cm, 뒷머리 3cm)보다 길다는 이유로 박 교사가 “정신상태를 바로잡는다”며 안 군보다 매를 수십 대 더 때린 것으로 알려졌다.

매를 맞은 학생들은 담임교사가 엉덩이의 핏자국이 속옷에 배어나올 정도로 큰 상처를 입은 사실을 발견하고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조치했으며 이 중 매를 더 맞아 부상 정도가 심한 유 군은 입원했다.

학교 측에 따르면 박 교사는 ‘수능 100일 전’이 된 이달 초부터 3학년 학생들에게 “지각하거나 공부를 게을리 하면 100대씩 때리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일부 학생은 “이전에도 박 교사가 종종 학생들을 심하게 때리곤 했다”고 말했으며 학교 관계자도 “교사에 따라 학생지도 방법이 다르겠지만 박 교사는 매로써 엄하게 하는 편”이라고 말해 박 교사의 체벌이 상습적이었음을 인정했다.

한편 이 학교 재단이사장이 박 교사의 큰형이어서 평소 박 교사가 과도한 체벌을 하고도 학교 측의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 교사의 작은형은 지난해 이 학교 교장으로 부임했다.

체벌을 당한 학생들의 부모는 “큰 잘못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아이를 때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대학입시가 다가오는데 아이가 이 일 때문에 흔들리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수능준비에는 여름방학이 중요해 학생들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려는 과정에서 지나친 체벌을 하게 된 것 같다”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고 처벌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체벌 사실이 알려지자 대구시교육청 홈페이지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는 박 교사의 행태가 교육이 아니라 폭력이라는 취지의 비난글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학부모라고 밝힌 누리꾼은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서 남의 일 같지 않아 분통이 터진다”며 “이런 함량 미달의 교사가 교단에 설 수 있는 게 한국의 교육현실”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해당 학교와 대구시교육청은 정확한 조사를 마치는 대로 박 교사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