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방황 끝에 모비스에서 재기를 꿈꾸는 정상헌. 김종석 기자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최부영 감독은 9일 프로농구 모비스와의 연습경기에 앞서 누군가를 가리키며 “허허, 아까운 놈이 여기 와 있네”라고 말했다.
모비스 정상헌(24·192cm)을 두고 한 말이다. 그를 부르더니 “노는 건 운동 그만두고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젠 마음잡고 열심히 한번 해봐라”고 덕담을 건넸다.
○ “마지막 기회”… 재기 구슬땀
정상헌은 ‘코트의 풍운아’로 불린다.
경복고 시절에는 최 감독도 스카우트하려고 애를 썼을 만큼 최고 유망주였다. 휘문고에 다니다 연세대에 진학한 동갑내기 방성윤(SK)과 고교 양대 스타로 활약했다.
하지만 얽매이기를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고교 때부터 팀 내에서 문제를 일으켰던 그는 고려대 입학 후 적응에 실패해 운동을 그만뒀고 학교도 중퇴했다.
농구에 미련이 많았던 그는 지난해 신인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응시해 오리온스의 지명을 받아 꿈에 그리던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다시 팀 이탈로 지난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임의 탈퇴 선수로 공시되기에 이르렀다.
최근 그는 경복고 선배이기도 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부름을 받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회를 잡았다. 유 감독은 “기량은 워낙 뛰어나다. 개인 문제와 오랜 휴식에 따른 공백만 빨리 메운다면 팀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고 기대했다.
○ 유재학 감독 “기량 뛰어나 큰 재목 기대”
정상헌은 코트를 떠나면서 110kg까지 불었던 체중을 강도 높은 훈련으로 94kg까지 뺐을 만큼 의욕이 대단하다. 포인트 가드부터 파워 포워드까지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것도 그의 장점. 유망주를 발굴해 재목으로 만드는 데 능한 유 감독 밑에 있게 된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다.
“이제 방황은 없습니다. 이번엔 진짜 뭔가 해보고 싶습니다.” 그의 다짐이 예사롭지 않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