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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황호택]‘판교 쪽박’

입력 | 2006-07-18 03:05:00


서울 강남 3구(區)와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집값 안정을 위해 계획된 판교신도시는 거꾸로 집값을 뛰게 한 시발점이 됐다.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던 아파트는 40평형대였다. 그러나 정부의 평등주의자들은 주거 여건이 좋은 판교를 부자들에게 넘겨줄 수 없다며 중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지어 서민 거주 도시를 만들겠다고 했다. 시장 수요를 무시한 개발계획이 나오자 강남과 분당 일대 40평형대 아파트 값이 하늘로 치솟았다.

▷정부는 어설프게 ‘주택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나섰다가 일부 지역 집값 폭등이라는 참담한 정책 실패를 맛보았다. 1987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6억 원짜리 아파트는 2002년에는 8억 원이 됐다. 15년 사이 2억 원 올랐으니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정부에선 아파트 값이 비교적 안정됐던 셈이다. 그런데 이 아파트가 노무현 정부 3년 사이에 15억 원이나 뛰어 지금 시세는 23억 원이다.

▷판교의 44평형 분양가격이 8억4800만 원에 이를 전망이다. 분당의 실거래가와 맞먹는다. 청와대가 ‘버블 세븐’ 지역의 하나로 지목한 분당의 버블을 현실로 인정한 분양가다. 판교를 서민과 중산층이 함께 사는 도시로 만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이런 분양가라면 중산층도 진입하기 어렵다. 정부가 예고한 대로 강남과 분당 집값이 30% 빠진다면 판교 당첨자들은 쪽박을 찰 판이다. 판교 분양가를 낮추면 부자 당첨자들에게 ‘로또’ 당첨권을 준다는 비난을 들을 테고, 너무 높게 책정하면 당첨자들이 ‘쪽박’을 차게 된다. 판교는 이래저래 정부의 애물단지다.

▷2002년 12월 20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물가와 집값을 확실히 잡아 서민경제를 안정시키는 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한 기자는 노 당선자의 호언을 철석같이 믿고 집을 팔고 해외 특파원으로 나갔다가 3년 만에 돌아왔다. 그는 3년 전에 살던 집을 다시는 살 수 없게 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믿었던 사람들은 판교 분양가에 또 한번 상실감과 배신감을 느낄 것이다. 이제 노 정부가 판교 때문에 쪽박을 찰 차례인가.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