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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로의 초대]CJ자산운용 나효승 부사장에 듣는다

입력 | 2006-06-13 03:00:00


CJ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인 나효승 부사장은 ‘정통 증권맨’에 가깝다. 1978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이후 증권업계 종사자의 전형적인 승진 코스를 밟았다.

“자산운용사 업무가 낯설고 어색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나 부사장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실적 경쟁을 하는 증권사와 달리 운용사는 하루하루 노력을 쌓아가는 또 다른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 “하락장 환매, 가능성 낮다”

CJ자산운용은 벼랑 끝에 몰렸을 때의 서러움을 아는 회사다.

이 회사의 전신인 제일투신운용은 2003년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와 함께 대량 환매(중도 인출)에 시달렸다. 당시 자산운용사 가운데 SK글로벌의 카드채를 가장 많이 갖고 있었기 때문. 한때 14조 원에 이르던 수탁액은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했던 것은 자신감의 회복. 직원들의 이런 바람을 담아 2004년 10월 설정된 새 주식형 펀드에는 ‘행복 만들기’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당시 제일투자증권(현 CJ투자증권) 부사장이던 나 부사장은 그해 11월 이 펀드에 가입했다. 9일 기준으로 ‘CJ 행복 만들기 주식1’의 누적수익률은 70%를 넘는다.

한때 자본잠식 상태까지 갔던 CJ자산운용은 현재 자기자본 420억 원으로 재무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2003년 같은 위기가 다시 닥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고 잘라 답했다.

“회사의 이름이나 재무 상태만 달라진 것이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투자 문화가 바뀌었습니다. 적립식 펀드의 필요성과 가능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확고합니다. 국내 증시는 그 믿음을 만족시킬 여력이 충분해요.”

최근 증시가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환매 사태가 반복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

나 부사장은 “지수가 내려가는 흐름에서 기관투자가의 대규모 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코스피지수가 1,350 선 정도로 회복될 때쯤 부담을 덜기 위해 환매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새로운 투자 영역 찾겠다”

나 부사장은 취임 직후 ‘상위 30% 이내’였던 회사의 운용 성적 목표를 ‘상위 24% 이내’로 올려 잡았다.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 때 더 치열하게 뛰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해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부흥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운용사들이 새로운 투자 영역을 발굴하는 데 소홀해 스스로 레드오션을 만들고 있어요. 운용사 스스로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수수료를 낮춰 기관투자가의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지난해 ‘서남해안 관광·레저도시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고 업계 최초로 공모형 영화 펀드를 만든 것을 새로운 도전의 실례로 들었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가능성은 현 시점에서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는 것.

“자산운용사는 회사의 실적이 아니라 펀드의 운용 성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운용 성적은 몇 개월 안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수 년 후에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새로운 시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를 더해 갈 것입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나효승 부사장은… ▼

△1953년생 △1976년 중앙대 경영학과 졸업 △1978년 대우증권 입사 △1988∼2004년 대우증권 을지로지점장 법인영업부장 인수영업부장 법인영업담당이사 금융상품영업본부장 소매영업총괄상무 관리본부총괄전무 자산관리사업본부장 △2004년 제일투자증권 대표이사 부사장 △2006년 4월 CJ자산운용 대표이사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