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에 머물다 담을 넘어 미국 총영사관으로 들어간 탈북자 4명에 대한 처리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탈북자 4명은 모두 20, 30대의 젊은 사람들로 남자가 3명, 여자가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21일 “탈북자들이 미국으로 가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결과물이 쉽게 나올 것 같지 않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 사건은 중국에서 제3국으로 이동해 현지 미 대사관에서 절차를 밟아 미국으로 망명한 탈북자 6명의 전례와 다르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과 중국, 미국 사이에 심각한 외교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들의 처리가 쉽지 않은 것은 탈북자를 바라보는 미국과 중국의 시각이 아주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4년 제정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최근 탈북자 6명에 대해 ‘난민’ 자격을 부여하고 미국으로의 망명을 허용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달 워싱턴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에게 직접 탈북자 문제에 대한 정책 전환을 요구했을 정도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의 이 같은 시각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북한은 국경을 1300여 km나 맞대고 있어 불법 월경자 문제는 항상 발생하는 것으로 정치적 난민이나 인권 문제를 거론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경우는 좀 복잡하다.
우선 미국은 선양 주재 미 총영사관으로 들어온 탈북자 4명의 미국행을 중국 정부에 강력히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이들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해 자국으로 데려가려면 중국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중국 정부는 아직 아무런 태도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탈북자들이 미 총영사관의 담을 넘어가는 과정에서 한국 총영사관에 근무하는 중국인 경비원과 ‘물리적 마찰’까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 역시 무작정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한국 공관에 진입한 탈북자는 난민 지위 부여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주의 정신에 따라 한국행을 허용해 왔기 때문이다.
현지에서는 중국과 미국이 탈북자들의 미국행은 허용하되 난민 지위는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명분과 실리를 상호 절충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한편 주중 한국대사관과 선양 총영사관은 “본국의 훈령에 따라 탈북자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해 줄 수 없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함구하고 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