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중학교에서 교편을 잡아 온 김모(43) 교사는 요즘 반 아이들을 보면 늘 건강 걱정이 앞선다.
예전에는 한 반에 50명 중 1, 2명 정도에 불과했던 비만아가 최근에는 35명 중 5∼1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 특히 체육시간이 끝난 뒤에는 쓰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크게 늘었다.
김 교사는 “학교에서 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비만아가 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며 “이들은 건강상의 문제뿐 아니라 사춘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외모 때문에 열등감에 빠져 심각한 경우 정서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장 체력의 저하나 생활의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를 넘어 조기에 성인비만과 성인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지적이다.
▽서울 일부 지역 비만율 무려 25%=대한소아과학회가 소아·청소년 14만6196명을 대상으로 비만지수(Obesity Index)를 측정한 결과 1998년에 비해 거의 모든 연령에서 비만율이 높아졌고 특히 남자의 경우가 두드러졌다.
비만지수는 성별, 연령별, 신장별 표준체중의 120∼130% 이상은 경도비만, 130∼150%는 중증도비만, 150% 이상은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남자는 10∼12세에 비만율이 가장 높아 16.4∼17.6%에 달했으며 20세의 비만율도 15.1%였다. 여자는 15∼17세에 비만율이 12.8∼14.8%로 가장 높았고 20세 성인 여성은 9.7%가 비만이었다.
그나마 여자의 경우는 성년에 가까워질수록 체중 증가폭이 줄어들어 20세 여자의 평균 체중은 55.1kg으로 1998년 조사 때에 비해 0.6kg 감소했다.
대한소아과학회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소아비만 인구가 10∼15%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을 확인해 줬다”면서 “서울 일부 지역에서는 특정 연령층의 비만율이 무려 25%에 달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소아·청소년 비만이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비만율, 늘어나는 합병증=비만 소아·청소년은 어른이 돼서도 비만일 확률이 60∼80% 정도라는 통계가 나와 있다. 체지방 세포가 정상아보다 많고 생활습관이 잘못됐기 때문.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 비만이 성인병 조기 발병의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 호흡장애와 신체발육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지방간, 고지혈증, 고혈압 등 비만에 따른 질병으로 고통받는 소아·청소년들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키 145cm에 몸무게 65kg으로 비만인 초등학교 5학년생 김모(11) 군은 지방간과 고지혈증으로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방간 때문에 잠을 충분히 자도 쉽게 피로를 느껴 수업시간마다 졸기 일쑤다. 게다가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 때마다 무단으로 조퇴를 거듭해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생 박모(14) 양도 키 165cm에 몸무게가 98kg인 고도비만이다. 박 양은 지방간이 심해져 지방간염으로 발전했다. 지방간염은 간경변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대목동병원 비만클리닉의 서정완(徐廷玩) 교수는 “비만클리닉을 찾는 소아 환자의 절반 이상이 고콜레스테롤 혈증이 있거나 고인슐린혈증 등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백병원 비만센터 강재헌(姜載憲) 교수는 “많은 부모가 아이 때 살이 찌더라도 자라면서 살이 키로 갈 것이라는 그릇된 상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