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직업능력개발원(직능원)의 조사에 따르면 첫 직장에 2년 이상 머물고 있는 청년층은 10명 가운데 3명꼴이었다. 청년층이 근무 조건에 따라 활발히 직장을 옮기는 ‘잡 마켓(Job Market·노동시장)’이 빨리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체는 인력난을 겪고 기업의 공동체 문화가 크게 바뀌고 있다.》
▽10명 가운데 7명은 ‘파랑새족’=직능원은 4년제 대학 25개교(수도권대 10개교, 지방대 15개교·국공립대 2개교, 사립대 23개교)의 2001년 2월 졸업생 5만8576명을 대상으로 2004년 말까지의 취업경로를 분석했다.
이들 가운데 대기업에 취업한 사람은 8437명, 중소기업 취업자는 2만500명이다. 나머지 2만9639명은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못한 영세기업이나 자영업, 미취업 상태로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대기업 취업자 가운데 2년 이상 한 직장에 다닌 사람은 49.2%(3456명)였다. 다른 대기업으로 간 사람은 12.9%(904명), 중소기업으로 간 사람은 14.8%(1042명), 회사를 그만두고 미취업 상태인 사람은 23%(1617명)였다.
중소기업 취업자(2만500명) 가운데 19%(3322명)만이 2년 이상 한 직장에 머물고 있었다. 8.8%(1539명)는 대기업으로, 35.4%(6205명)는 다른 중소기업으로 이동했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다 그만둔 미취업자는 36.9%(6458명)였다. 미취업자는 새 직장을 찾거나 고시나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직능원 인적자원개발센터 채창균(蔡昌均) 소장은 “4년제 대졸 취업자 10명 가운데 7명이 직장을 옮기는 현상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대신 본격적인 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직장 이동이 심화되는 현상은 최근 통계에서도 드러난다. 통계청의 지난해 조사에서 청년 취업자(15∼29세)의 약 70%가 평균 17개월 만에 첫 직장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의 인력난=노동시장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직장을 옮기는 구직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배경으로 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측면에선 긍정적이다.
중소기업 사원은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고, 일반 구직자는 대기업을 선호해 이중의 인력난을 겪고 있다.
중견 건설업체인 A사는 지난해 신입사원 50명을 뽑았으나 1년 만에 10명만 남았다. 이 업체의 인력관리 담당자가 부모들에게 전화해 사표를 낸 이유를 물었다.
이 관계자는 “다수의 부모가 ‘자식이 현장 근무를 6개월 이상 하느니 공부를 해 딴 직장을 잡게 하거나 유학을 보내겠다’며 ‘중소기업에 있으면 대기업에 가기 힘들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청이 최근 중소제조업체 961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인력실태를 조사한 결과 평균 인력 부족률은 4.35%에 달했다. 경기침체로 공장 가동률이 평균 60%대에 머무는 상황이라 인력 공급난이 여전함을 보여 준다.
언제든지 회사를 옮길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직 문화도 바뀌고 있다. 선후배가 회사 안팎에서 공동체 관계를 맺는 대신 현재 속한 조직보다 개인을 우선하는 문화가 일상화됐다.
▽원인과 대안=전문가들은 노동시장 형성에 따른 부작용의 원인으로 신세대의 의식 변화와 과잉 대학교육을 꼽는다.
한양대 사회학과 이상민(李相旼) 교수는 “열심히 일하면 회사가 개인의 미래를 책임질 것이라는 ‘심리적 계약’이 외환위기 이후 완전히 깨졌다”고 진단했다.
직능원이 최근 발표한 ‘중장기 인력수급 방안’에서는 앞으로 10년간 전문대 졸업자 35만4000명과 4년제 대학 및 대학원 졸업자 19만4000명이 노동시장에 초과 공급될 것으로 예상됐다.
직능원 박천수(朴天洙) 연구원은 “진로 중심의 진학교육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이은우 기자 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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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파랑새족’ 붙잡기 안간힘
최근 젊은 사원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회사를 떠나는 현상이 보편화되자 기업들은 ‘파랑새족’을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다. 사원의 채용과 교육, 직무 적응까지 들인 시간과 비용의 손실을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들은 멘터링이나 인센티브제도 등을 통해 이직자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태평양은 2005년 멘터링 제도를 도입했다. 선배 한 명이 신입사원 한 명을 맡아 3개월 동안 업무에서 인생고민까지 상담하며 후배의 일처리 능력과 소속감을 키우는 것이다. 서로 어울려 여가를 즐기며 유대감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을 회사가 전액 지원한다.
교육업체인 ㈜대교도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뒤 1년간 그만두지 않고 ‘잘 다녀준’ 직원에게 약 1주일간의 해외연수 혜택을 준다. 대교의 한 관계자는 “사원들이 회사에 계속 애정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사기를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인사 담당자는 “신입사원들의 잦은 이직은 인력 채용과 교육에 큰 혼선을 주고 있다”며 “급료 인센티브 등 고전적 방법 외에 사원들을 붙잡을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만들려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기업에 비해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은 이직자들을 잡기 위한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직장 옮기려면 이렇게
“이직(移職)은 ‘전(轉)학’이 아닌 ‘진(進)학’이어야 합니다.”
이직의 기본 원칙은 단순히 다른 직장으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역량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이동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빠르게 변해 가는 노동시장에서 직장을 옮기는 사람과 그 빈도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고 경력을 빛내는 선택일지 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만족스럽고 발전적인 이직을 위한 3가지 제안을 IBK컨설팅그룹 김한석(金翰碩) 대표에게서 들어봤다.
①‘메뚜기족’은 금물=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직장을 너무 자주 옮기면 좋은 이직이 되기 어렵다. 밥 먹듯이 회사를 옮기는 사람에게 기업이 믿고 일을 맡기기란 쉽지 않은 법이다. 이직 조건과 신임도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도 있고 정말 가고 싶은 기업에 못 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②‘박수 칠 때 떠나라’=이직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직하기 전까지 지금 직장에서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 기업은 경력직을 채용할 때 이전 직장에서의 업적과 평판을 점검하고 결정한다. 현재 회사에서 성과가 좋지 않고 인간관계가 좋지 못한 상황에서 이직을 하면 발전적인 이직이 어렵다.
③‘한 우물을 파라’=일관성 없는 이직은 경력에 해가 된다. 맡은 분야와 경력에서 전문성이 드러나는 게 좋다. 특히 연봉이 높다는 이유로 단순히 회사를 옮기는 것은 큰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몇백만 원의 이익을 고려한 지금의 선택이 나중에 몇천만 원의 손해를 낳을 수도 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