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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서울대 공대 1000번째 여성 졸업생 김유라 씨

입력 | 2006-04-27 03:03:00

서울대 공대를 1000번째로 졸업한 여성공학도 김유라 씨. 현재 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에 있는 그녀는 “이제 공학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고 당차게 말했다. 사진 제공 서울대


“친구들이 제 별명을 ‘김천호’라고 지었어요. 1000번째 여성 졸업생으로 ‘당첨’된 걸 축하한다면서요.”

서울대 공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사과정 2학년생인 김유라(金k라·26) 씨는 얼마 전 학교 측에서 ‘공대 1000번째 여성 졸업생’이라고 알려줬을 때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뻤다”고 했다.

1년도 훨씬 전인 작년 2월 1000번째로 졸업했지만, 당시엔 김 씨를 포함해 그 누구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했다.

서울대 공대와 서울공대 여성동창회 측은 늦었지만 ‘1000번째 서울대 공대 여성 졸업생 탄생’ 기록을 자축하는 행사를 28일 ‘서울공대 여성동문 1000호 기념 홈커밍대회’에서 열기로 했다.

공대는 전통적으로 남성에게 어울리는 분야가 아니냐는 질문에 김 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즘 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2000년 제가 화학생물공학부에 들어갈 때만 해도 150여 명 중 40명이 여학생이었어요. 공학은 이제 ‘남성의 학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성적 상위권은 늘 여성이 차지한다”면서 “‘공학적 머리’는 여성이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웃었다.

김 씨는 현재 환경오염이 없고 에너지전환 효율이 높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 연료전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마친 후 서울로 ‘나홀로 유학’을 떠나 혼자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녔다.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공학이 적성에 맞고, 세상에 기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주저 없이 공대를 지원했다고 한다.

그녀는 “공대 출신 여자 선배들이 활발하게 사회로 진출하는 것을 보고, 여동생에게도 공대 입학을 적극 권유했다”고 자랑했다. 현재 여동생은 성균관대 공대 화학공학과를 다니고 있다고.

김 씨는 석사과정을 마치면 전공인 대체에너지 분야를 실무에 접목할 수 있는 정유회사에 취직하고 싶다고 했다.

그런 다음 “공부를 더 해 연료전지 분야에서 선배들의 명성에 뒤지지 않는 과학기술자로 크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편 서울대 공대가 문을 연 것은 1946년. 첫 여성 졸업자는 1953년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대한석유공사(현 SK)에서 임원을 지낸 고(故) 성정자 동문이다.

서울대 공대 출신 여성은 올 2월 졸업생을 포함해 모두 1162명. 이 가운데 소재가 파악된 554명은 기업체 226명(40.79%), 대학원 진학 214명(38.63%), 대학교수 57명(10.29%), 연구소 19명(3.43%)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 중에는 1973년 서울대 공대 최초의 여성교수 박순자(현 서울대 명예교수),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1세기 글로벌리더 100인’ 중 유일한 한국인인 김진애 서울포럼 대표 등 쟁쟁한 동문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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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