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철도 폐선부지를 활용해 만든 ‘푸른길 공원’이 전국적인 도심 녹지개발 시범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시민의 정성을 모아 일정 구간 또는 나무를 기증하는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냈다는 점에서 일본 브라질 등에서 선보인 ‘참여형 도시만들기’의 한국형 사례로 꼽힐 만하다.
▽애물단지가 시민휴식명소로=‘푸른길 공원’은 2000년 8월10일 경전선(慶全線) 우회구간 신설에 따라 남은 광주역∼남광주역∼효천역 10.8km구간의 철도부지에 만들어졌다.
1930년 부설 이후 지역민의 애환을 싣고 달리던 철로가 뜯겼지만 5만2000여 평의 폐선부지 활용방안은 가닥을 잡지 못해 쓰레기가 쌓이는 애물단지로 변했다.
경전철을 신설하려 했던 광주시는 2001년 말 시민단체 의견을 받아들여 특색 있는 도심공원으로 가꾸어 나가기로 결정했다.
시는 구간 전체를 ‘푸른길 공원’으로 이름붙이고 도시계획 관련 절차를 거쳐 지난해 7월 남광주역∼백운광장 대남로 구간 1.7km를 완공했다.
동백나무 향나무 등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시민이 산책과 공연을 즐기는 낭만의 공간이 됐다.
▽주민 참여형 공원=‘푸른길 공원’은 지역 기업과 주민의 참여로 만든 공간이라는데 의미가 크다.
남광건설㈜(대표 김대기)이 2002년 폐선부지 가운데 처음으로 조선대정문∼남광주사거리 535m에 13억 원을 들여 소공원을 만들어 기부했다.
회사는 당시 “이웃의 도움으로 회사를 키워온 데 대한 조그만 보답으로 시민이 추억을 남길 수 있는 공원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3월에는 지역 유통업체 ㈜빅마트(대표 하상용)가 ‘푸른 길 가꾸기 운동본부’에 1억 원을 기탁했다. 또 이달 초 쇼핑센터 개업 때 축화화환 대신 모금한 1200만 원을 헌수기금으로 내놓았다.
지역 환경단체로 구성된 운동본부는 그동안 ‘100만 그루 헌수운동’을 통해 개인과 가족 명의로 2000여 만 원을 모아 대남로 구간에 개인 가족나무 100여 그루를 비롯해 기념정원 6곳, 기념벤치 19개를 조성했다.
전남대 송인성 교수는 “푸른길 공원은 수 십 년 간 고통을 겪었으면서도 단기적 재산가치를 높이는 개발사업 대신 공익을 위해 희생한 철도변 주민의 이해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했다.
김 권 기자 goqu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