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을 위해 22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던 황모(38) 씨는 계기판의 연료표시장치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올해 초만 해도 7만 원이면 휘발유를 가득 채웠으나 이날 연료표시장치의 바늘은 완전히 채우는 데서 한 칸 정도가 모자랐기 때문이다.
최근 국제 유가 급등이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역수지 흑자 감소 등 한국 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여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석유 비축 물량을 늘리고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는 등 최악의 상황까지 감안한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 유가 급등 소비심리 위축 우려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소비자 기대심리는 소폭이긴 하지만 2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아직 소비심리는 여전히 탄탄하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유가 급등이 휘발유 및 경유 가격 상승으로 나타나면서 정부의 예측대로 소비심리의 호조세가 유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에서 판매하는 휘발유 가격은 이달 셋째 주(주간 평균)에 L당 1566.48원으로 사상 최고가였던 지난해 9월 둘째 주의 1575.45원에 육박했고 경유 판매가는 L당 1216.48원으로 지난해 9월 둘째 주(1200.43원)의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휘발유 가격 상승은 가계가 쓸 수 있는 가처분소득의 감소를 가져와 소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발표한 경기 전망에서 “경기가 하반기(7∼12월) 중 정점을 통과할 수도 있다”고 예측해 소비자들은 가계 수지에 더욱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 정부 3단계 에너지 대응책 마련
현재와 같은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올해 한국의 무역수지가 최대 175억 달러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는 23일 ‘최근 유가상승의 수출입 영향’ 보고서에서 고유가 현상이 지속돼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63.58달러가 되면 무역수지가 174억6000만 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유가가 배럴당 59.67달러라도 무역수지가 128억 달러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자원부는 3월 말 현재 정부 7260만 배럴, 민간 7720만 배럴 등 1억4980만 배럴(111일분)인 국내 석유 비축량 중 정부 비축량을 2008년 말까지 1억4100만 배럴로 2배 가까이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또 위기 대응책으로 △1단계는 업종별 에너지 절약책 자율 시행과 공공부문 승용차 요일제 시행 △2단계는 민간 승용차 요일제 시행과 공공부문 2부제 시행, 조명과 냉방온도 제한 △3단계 전력 제한 송전과 석유 배급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산자부 이원걸 자원정책실장은 “5월 초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 핵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기로 하느냐에 따라 우려스러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위기 대응책은 그때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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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 기자 witness@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