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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피플 파워의 승리'

입력 | 2006-04-23 16:29:00


갸넨드라 네팔 국왕의 권력 이양 발표에도 불구하고 네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3일 수도 카트만두 일원에 또다시 주간통금령이 내렸다.

전날 카트만두에서 통금령에도 불구하고 10만 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AP통신은 수백 미터로 늘어선 시위대가 갸넨드라 국왕의 왕궁 주변에서 "갸넨드라는 물러가라! 물러가라!"고 소리쳤다고 전했다. 경찰이 왕궁으로 몰려드는 시위대를 해산하기 위해 고무탄과 최루가스에 이어 실탄을 발사해 150명에 달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7대 정당으로 구성된 야당연합 및 공산반군은 갸넨드라 국왕의 권력 이양 발표를 거부하고 총파업과 대규모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 측은 국왕의 발표 내용이 의회 재개 및 새 헌법 제정을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 자신들의 요구사항에 비해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번 발표는 사기극에 불과하다"면서 야당 측에 행정권만 넘기겠다는 갸넨드라 국왕의 조치를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6일부터 야당 측이 공산반군과의 조율 속에 전국 총파업을 시작하면서 촉발된 네팔 사태는 지금까지 14명이 사망하고 수 백 명이 부상했다.

이에 갸넨드라 국왕은 21일 "오늘부터 행정 권력이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며 "야권은 조속한 시일 내 새 총리를 추천해 달라"는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네팔의회당을 비롯한 야권은 국왕의 이런 제안이 "충분하지 않다"며 국왕을 압박하고 있다.

AP는 국제사회가 네팔 사태를 우려하고 있으며, 또한 이런 정치적 '진공상태'가 공산반군에게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