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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수사 분위기 미묘한 변화…“내주 일단 종결” 기류

입력 | 2006-04-21 03:03:00


검찰이 기업 관련 수사를 서둘러 마무리하거나 일부 사건 수사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검찰은 지난주까지도 기업 비리에 대해 ‘초강경’ 태세였으나 이번 주 들어서는 상당히 달라진 분위기다.

검찰의 이 같은 변화에는 일부 여론과 경제 상황, 5·31지방선거를 앞둔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선 검사들 사이에서는 이 같은 기류 변화를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연결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노 대통령이 정당 공천비리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소극적인 단속 태도를 비판한 것이 사실은 현재 강도 높게 진행 중인 검찰의 기업 수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음 달 말 청와대에서 열리는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들 간의 대·중소기업 상생회의 일정과도 무관치 않다는 얘기도 나온다.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진행 중인 수사를 일찍 마무리하려는 듯한 분위기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비자금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현대차 비자금 조성과 횡령, 경영권 편법 승계 부분에 대한 수사를 이달 내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난주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는 이 수사가 5월 초나 중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검찰은 또 현대차 비자금 수사가 일단락되면 바로 이어서 사건의 단초가 된 금융 브로커 김재록(46·구속기소) 씨 등을 통한 정·관계 로비 부분을 수사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검찰은 비자금의 용처와 로비 부분에 대한 수사는 5·31지방선거 이후에 본격 진행하기로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 수사의 강도도 다소 완화된 듯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현대차그룹 정몽구(鄭夢九) 회장 부자(父子)에 대한 사법처리 수위에 미묘한 변화가 엿보인다.

검찰 내부, 특히 수사 실무팀에서는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정 회장을 구속해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고 지휘부도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주 들어서는 정 회장은 불구속 기소하고 아들인 정의선(鄭義宣) 기아차 사장을 구속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브로커 윤상림(54·구속기소) 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정몽규(鄭夢奎) 현대산업개발 회장의 비자금 사건에 대한 수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당초 “정 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여러 증거를 확보했다”며 구속 방침까지 시사했던 검찰은 정 회장에 대한 사법처리 자체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벌 2세 7, 8명이 1999년 신세기통신 주가조작을 통해 수백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 1, 2명을 불러 조사한 뒤 사실상 ‘무혐의’ 종결했다.

외국계 펀드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매입 의혹 사건 수사도 6, 7월이나 되어야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가 신세계 정용진(鄭溶鎭) 부사장 등을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에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감지된다.

이 밖에도 서울중앙지검에서는 기업 관련 비리 1, 2건에 대해 새로 수사를 하려던 계획을 일단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검사들은 “선거 끝날 때까지 기업 관련 수사는 자제하는 게 좋겠다는 상부의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0일 “선거를 앞두고 기업 수사를 할 경우 자칫 정치공방에 휘말릴 수 있어 가급적 기업 관련 수사는 지방선거 이후에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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