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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사건 단골 등장 ‘루이 13세’-케이크 상자

입력 | 2006-04-14 03:00:00


최고급 코냑 ‘루이 13세’와 ‘케이크 상자’가 또다시 세인의 입에 오르고 있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이 받은 ‘선물 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프랑스 레미마르탱사의 제품인 루이 13세는 오크통 숙성 기간만 50년으로 국내에서는 700mL 한 병에 300만 원 정도에 팔린다.

크리스털 병의 목 부분은 14K 금도금 장식이 둘러져 있고 병과 포장 케이스 등 3군데에는 손으로 새긴 일련번호가 적혀 있다. 서울 남대문시장 일대의 수집상들은 빈 병도 10만 원가량에 사들인다.

루이 13세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15대 국회 때인 1996년 8월. 당시 국민회의 K 의원은 유럽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루이 13세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곤욕을 치렀다.

K 의원은 끝까지 부인했으나 이 일로 16대 총선 낙천·낙선운동 대상자로 지목돼 결국 출마를 포기해야 했다.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 씨도 1997년 1월 미국 방문 때 루이 13세를 접대 받은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정치인 뇌물사건에서 케이크 상자에 돈을 넣어 건네는 것은 ‘고전적 수법’으로 통한다.

1만 원권을 기준으로 케이크 상자에는 5000만∼8000만 원, 바퀴 달린 여행용 가방에는 2억5000만∼4억 원, 사과상자에는 4억 원이 담긴다. 1만 원권으로 1억 원은 약 7kg이어서 운반 편의를 고려할 때 한 번에 4억 원(28kg) 이상은 건네지지 않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달러화가 각광을 받는다. 100달러짜리 100장을 1묶음으로 하면 20만 달러(약 1억9000만 원)도 20다발밖에는 되지 않아 작은 케이크 상자에도 들어간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