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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통령은 왜 CEO들을 만났나

입력 | 2006-03-29 03:04:00


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강을 했다. 경제 4단체장을 비롯해 기업 최고경영자(CEO) 350명이 들었다. 노 대통령은 “소통(疏通)을 위해 왔다”고 말했다. 기업인들도 대통령과의 소통을 위해 여러 질문과 건의를 준비했다고 한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당초 90분 중 20분을 할애하기로 했던 질의응답을 생략하고 일방적인 강의만 했다. 소통이 아니라 주입(注入)이었다.

노 대통령은 “소득이 적은 사람들은 평등에 대한 요구수준을 낮추고 일자리에 대한 눈높이도 조절해야 한다”는 등 기업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말도 했다. “출자총액 제한이 기업에 필요 이상의 부담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며 규제의 폐해도 부분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바라고 있고, 실제로 투자 유인(誘因)이 될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투명성이 높아지면 원천 봉쇄하는 규제를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유보했다. 수많은 규제가 기업과 시장을 위축시키고 결국은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데도 말이다.

노 대통령은 또 “상위 10%가 소득세의 78%를 내고 있다. 세금을 올린다고 가정해도 10분위 쪽이 세금을 많이 내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소득세 안 내는 계층에 영합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강의를 들은 기업인 대부분은 상위 10%에 속한다. 결국 노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세금은 더 내면 좋겠고, 규제는 아직 풀기 어렵다’는 말을 하려고 특강을 한 셈이다.

현 정부 들어 상위 20%의 소득이 전체 국민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빈곤층이 늘었다. 정권 측이 ‘시한폭탄’이라고 주장하는 ‘양극화(兩極化)’의 실체는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분배가 잘못됐다기보다 성장이 부진한 탓이 크다. 양극화 문제를 강조하며 세금 더 거둘 궁리부터 할 것이 아니라 기업들의 국내 투자와 민간의 소비를 촉진해 일자리를 늘리고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것이 정답이다.

대통령이 모처럼 기업인들을 만났으면 그런 방향에서 구체적인 정책 의지(意志)를 보였어야 옳다. 그러나 어제 특강이 기업인들의 투자심리를 더 떨어뜨리지나 않았는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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