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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 춘향 유럽 간다우” 파격적 몸짓의 무용가 안은미

입력 | 2006-03-29 03:04:00

2003년 초연된 ‘춘향’ 공연 장면과 ‘빡빡머리’ 현대무용가 안은미. 사진 제공 안은미무용단


안은미(43)는 약속 시간인 오전 9시보다 10분 일찍 나타났다. 사람들이 이 ‘튀는 여자’를 흘끔거렸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빡빡머리, 트레이닝복 바지 위에 긴 치마를 겹쳐 입은 자유분방한 옷차림, 대뜸 “여기 흡연석이냐”부터 묻는 걸걸한 목소리…. 그는 “인류 보편적 캐릭터는 예술가가 될 수 없다”는 자신의 소신을 온 몸으로 보여 주었다.

“(오전) 3시가 넘어서까지 연습하다가 새벽에 잠들었다”는 그는, 그러나 피곤한 기색 하나 없이 낄낄댔다.

“우리 애들(단원)은 연습 늦으면 나한테 죽어요. 나부터 15분 먼저 나가 있으니까. 일찍 나온다고 지친 얼굴하고 오면 또 죽지. 그런 표정으로 춤추고 살려면 당장 그만두라고.”

● 동양적이고 독특한 이미지 어필

“촌년이 난리 났지, 난리 났어. 춘향, 스멜 오브 더 스프링, 이 좋은 봄에 춘향으로 유럽에 가다니 너무 멋지지 않아요?”

첫 유럽 순회공연을 앞둔 소감을 묻자 그는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신이 나 말했다.

그는 다음달 4일부터 자신의 작품 ‘춘향’을 갖고 이탈리아 영국 벨기에 네덜란드 등 유럽 4개국 7개 도시를 돌며 19박 20일의 긴 순회공연을 벌인다. 유럽의 ‘월드 뮤직 & 시어터 페스티벌’ 측이 제작비 대부분을 대는 공동제작 형식. 무용 공연의 경우 개런티를 제대로 받고 가는 공연조차 많지 않은 현실에서 20일간 순회공연과 공동제작은 일대 ‘사건’이다.

무용평론가 박성혜 씨는 “지금까지 유럽에 진출한 우리 현대무용은 대개 무용가(단체)들이 자비로 공연하고 오거나 정부 지원을 받는 문화 교류행사가 대부분이었다”며 “국내 현대무용단이 유럽공연단체와 공동 제작을 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은 2년 전 ‘춘향’을 본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 한국으로 그를 찾아와 공동 제작을 제안해 이뤄졌다. “동양적이면서도 독특한 언어와 이미지가 있다는 점”이 안은미의 ‘춘향’을 찍은 이유다.


● 2003년 춘향 vs 2006년 춘향

원래 ‘춘향’은 2003년 그가 대구시립무용단장으로 있을 때 초연했던 작품. ‘아시아의 딸’이라는 뜻의 ‘아랑(亞娘)’이라는 호를 지어줄 만큼 그를 딸처럼 여기는 원로 무용평론가 박용구 씨가 그를 위해 대본을 썼다. 18세 꽃다운 춘향이 아닌 마흔 살 노처녀 춘향을 주인공으로.

그는 “춘향이 오랜 세월 우리에게 사랑받는 것은 예뻐서가 아니라 ‘용기 있는 여자’이기 때문”이라며 “내 작품 속 춘향은 한없이 기다려도 씩씩하고, 싸워도 명랑하다”고 말했다.

초연에 비해 유럽에 가는 ‘춘향’은 규모가 작아졌다. 무용수도 43명에서 13명으로 줄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안은미 자신이 추는 춘향의 비중이 크다는 것.

“2003년에는 군무를 많이 넣다 보니 솔로를 많이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그땐 춘향이 두 번만 나왔는데 이번엔 ‘뻔질나게’ 나와요. 초연과는 아주 다른 작품이 될 거예요.”

그의 작품 특징 중 하나인 ‘토플리스’도 많이 줄었다. 2003년 작품에선 여자 무용수들이 모두 가슴을 드러냈지만, 이번엔 그와 일부만 반누드로 나온다.

‘나잇살’도 있고 가슴도 처졌을 텐데 상반신을 드러내는 것이 신경 쓰이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는 “늙어가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늙으면 무용수로서의 삶도 끝날 텐데 그런 생각이 드느냐고 다시 묻자 그는 또 깔깔댔다.

“늙어서 무대에 서 있기도 힘들면 그냥 앉아서 추는 춤을 안무해서 추지, 뭐.”

안은미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것 같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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