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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로 구술잡기]‘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

입력 | 2006-03-25 03:00:00


◇CEO는 낙타와도 협상한다/안세영 지음/172쪽·5000원·삼성경제연구소

구술의 논제는 논술보다 질문의 범위가 더 크다. 최초 질문에서 이어진 추가 질문 때문이다. 대개 엉킨 매듭을 푸는 문제 해결 능력을 살핀다. 그러니 논증력 못지않게 창의적 해법도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우리가 사는 현실은 경쟁과 협력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이다. 관계가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협상이 진행되기 마련이다. 비단 인간 사회뿐 아니라 심지어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뜨거운 사막에서 낙타에게 의존하는 상인을 생각해 보자. 영악한 낙타가 온갖 성질을 부릴 때 낙타를 달래는 협상력이 곧 생존의 관건이다.

현실에서는 기업과 기업 간의 협력 투자를 모색하는 비즈니스 협상도 많다. 국제 관계에서 북한의 벼랑 끝 협상이나 슈퍼 301조 발동을 무기로 한 미국의 협상처럼 힘의 우열이 분명한 협상도 있다. 어느 경우든 상대의 손해가 나의 이익이라는 ‘제로섬(zero sum)’ 방식은 지혜로운 해결 방법이 아니다. 피자를 구워 함께 갈라 먹듯 서로 협력하여 성과를 얻어야 한다.

협상의 출발점은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다. 고려시대 서희는 거란 장수 소손녕과 벌인 담판을 통해 협상의 기본을 보여 준다. 당시 거란의 실제 목표는 고려가 아니라 송나라인 점, 서희는 그것을 간파하여 전쟁을 막고 강동6주까지 얻었다. 마주 보는 상대방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동남아시아인의 어깨를 치는 것은 격려가 아니라 구타다. 일본인의 ‘하이’는 미국인의 ‘예스’와는 다르게 동의가 아니라 이해했다는 표현이다. 동양의 협상자는 수행원을 많이 거느릴수록 권위가 있다고 여기지만, 서양의 협상자는 단독으로 나와야 신망받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협상을 지원하는 조직의 리더십은 어떨까.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의 큰 그림만 강조하며 실무팀의 재량권을 제한하면 현장에서의 변수를 파악하지 못한다. 거꾸로 실무자들의 판단에만 끌려가면 장기적인 방향성을 잃기 쉽다.

결국 협상은 인간을 대하는 원칙과 마인드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이 책에서 학생들은 윈윈(win-win)의 다양한 현실 사례를 통해 현장 방문의 경험도 함께 맛보길 바란다.

권희정 상명대부속여고 철학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