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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헨리 키신저]미국과 인도의 협력은 ‘윈-윈 게임’

입력 | 2006-03-14 03:03:00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인도 방문으로 미국과 인도는 전에 없던 협력과 상호의존 관계를 맞게 되었다. 핵 기술 제공 등에 대해 미국 내에서 논란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세계 평화와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점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다.

미국과 인도 모두 민주주의 국가이며 인도에서는 영어가 널리 쓰인다. 그럼에도 두 나라의 관계는 최근까지 미약했다. 냉전 시기에 인도는 비동맹을 천명하며 미국과 소련에 등거리 전략을 펼쳤다. 미국은 인도의 이런 태도가 껄끄러웠다.

우드로 윌슨 대통령 이래 미국은 스스로를 세계 평화의 첨병이자 민주주의를 수출하는 십자군으로 여겼다. 이는 부시 행정부에서 더욱 강조됐다. 한편 인도인은 식민지 경험을 딛고 일어나 자국의 다국어 사회를 통합하는 데 있어 민주주의가 유용하다고 여기고 있다.

중국이 끊임없이 외부의 침입자를 동화시켜 온 데 비해 인도는 여러 침입자의 문화를 흡수하지 않은 채 별개의 것으로 남겨 두었다. 힌두교가 ‘개종’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인도가 자국의 문화나 제도를 타국에 전파하려 하지 않으므로, 미국이 민주주의를 전파하는 데 인도가 적합한 파트너는 아니다.

인도는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국가안보라는 관점에서 국제관계에 개입하고자 한다. 인도가 부탄, 네팔,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등을 대하는 정책은 미국이 남미에 대해 먼로 독트린을 적용할 때와 유사하다. 필요할 경우에는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헤게모니를 유지하려는 것이다.

한편으로 인도는 북쪽의 거대한 산맥을 경계로 중국과 접경하고 있다. 두 나라는 각자 이익을 지키면서 서로의 대결 양상을 완화해야 한다. 미국이 대중(對中) 전략에 인도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인도는 이를 거부할 것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인도는 스스로의 정치경제적 중요성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 지역의 미래가 중국, 미국, 일본과의 상호관계에 달려 있다는 점도 인도는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과 인도의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있다.

서남아시아에서도 극단 이슬람주의자들을 격퇴하고자 하는 미국과 인도의 목표는 일치한다. 9·11테러 이전에는 이슬람 세계를 독재자들이 좌우했다. 인도 지도자들은 이들 독재자와 협력하며 인도 내부의 이슬람교도를 회유했다.

이제는 이 같은 전략이 불가능하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인도 내 이슬람 사회에 침투하려 하며, 언젠가는 인도가 테러 공격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따라서 미국의 테러 방지 노력은 인도의 안보에 도움을 준다.

냉전시대에 인도는 미국과 소련의 갈등 사이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 왔다. 만약 인도가 미국 편에 섰다면 소련이 파키스탄을 원조했을 것이다. 오히려 인도가 소련에서 무기를 지원받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이제 강대국이 아니며 중국이 새로운 강국으로 떠올라 미국과 경제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인도로서도 더는 미국에 초연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파키스탄과의 관계는 특별한 경우다. 테러와의 전쟁에 있어서 인도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파키스탄의 참여를 이끌어 내는 데는 섬세함이 요구된다. 인도와의 핵 협력에도 이런 점이 고려돼야 한다. 미국과 인도 사이의 협력으로 인해 중국이 이란이나 파키스탄에 핵 기술을 제공하려는 유혹을 받아서는 안 되는 것이다. 2차례 세계대전 이전의 유럽이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에서 어떤 나라가 헤게모니를 추구하다가 비극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세계에 테러리즘과 문명 충돌의 위험이 잠재된 오늘날, 두 거대한 민주주의 국가의 협력은 밝은 전망을 낳고 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