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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돌부처 다시 일어서다…이창호9단 2년만에 國手 탈환

입력 | 2006-03-03 03:06:00

이창호 9단(왼쪽)이 49기 국수전 최종국에서 국수위를 탈환하고 복기 하고 있다. 이 9단은 2004년 3월 2일 타이틀을 빼앗긴 뒤 꼭 2년 만에 국수위를 되찾았다. 사진 제공 한국기원


《‘돌부처’ 이창호(李昌鎬·31) 9단도 49기 국수전에서 우승한 것은 몹시 기뻤나 보다. 대국 후 인터뷰하는 동안 그는 평소의 무표정을 풀고 자주 웃음을 지었다. 국수전에서 두 번이나 후배 최철한(崔哲瀚·21) 9단에게 졌던 그는 세 번째 도전에서 3승 2패로 설욕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 9단이 30세를 넘긴 뒤 일각에선 그가 한 번 지기만 하면 “전성기가 끝났다”고 입방아를 찧었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보란 듯이 녹슬지 않은 실력을 보여 줬다. 이번 국수전 우승도 삼성화재배 결승과 농심배 최종전에서 잇따라 패한 뒤 얻은 것이다. 특히 올해는 그의 입단 20주년이어서 국수전 우승의 감회가 더욱 깊은 듯했다.》

―소감은….

“국수전은 늘 우승하고 싶은 기전이다. 5국까지 계속 어려웠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 다행이다.”

―돌을 가려 흑을 잡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

“최근 백을 잡으면 바둑 내용이 안 좋은 경우가 많았던 데다 최 9단의 흑번이 워낙 강하다. 흑을 잡게 돼 다행이라 생각했다. 흑을 잡으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어 편하게 둘 수 있다.”

―최 9단이 흑을 잡을 때 이길 비법을 연구하지 않았나.

“그동안 많이 연구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그 한계를 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는 여전히 까다로운 상대다. 그의 흑번을 이기지 못하면 계속 어려운 승부를 할 것 같다.”

―국수전 최종국 직전 열린 농심배 최종국에서 패해 컨디션이 나빴을 것 같은데….

“중요한 판을 져서 좀 안 좋았다. 특히 단체전이어서 마음이 뒤숭숭했다. 그러나 상대가 잘 둬서 진 것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었다.”

―요즘 이 9단답지 않게 패배가 많다. 혹시 바둑이 권태롭진 않은가.

“한때 그런 적이 있었다. 길게는 6개월 정도 바둑을 두고 싶지 않았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이 좋은 자극이 돼 승부에 몰두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잘 준비된 충실한 바둑을 두고 싶다.”

―30대가 되면서 20대 때보다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지 않나.

“아직 체력 저하를 느끼지는 않는다. 그러나 운동으로 꾸준히 몸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요즘은 테니스나 골프보다 주로 등산을 하고 한강변을 속보로 걷기도 한다.”

―바둑 외에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인생 공부다. 이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검은돌은 國手를 알고 있다?

제49기 국수전에서 흑번 필승의 기록이 이어졌다.

이창호 9단은 2일 서울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에서 열린 대회 도전 5번기 최종국에서 국수 최철한 9단을 상대로 흑 125수 만에 불계승을 거두며 3승 2패로 우승컵을 안았다. 대회 통산 9번째 우승.

이날 대국은 흑백을 가리는 것부터 관심이 집중됐다. 이번 기 4국까지 흑을 잡은 쪽이 계속 이긴 데다 두 대국자가 대결한 47∼49기에서도 12번의 대국 중 흑 승이 11번이었고 역대 전적으로도 33번 중 23번이나 흑을 든 쪽이 이겼다.

오전 10시 돌을 가린 결과 이 9단이 흑을 잡게 되자 김승준 9단은 “흑을 든 쪽이 심리적으로 우위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 9단은 초반부터 순조롭게 출발했다. 최 국수가 우상 귀에서 백 34, 36의 둔한 행마를 하면서 흑이 포석의 요소인 37을 차지해 실리에서 앞서 나갔다. 최 국수는 중앙 집을 키우며 흑의 실리에 대항하려 했으나 흑도 하변 집이 커져 역전에는 이르지 못했다. 불리함을 의식한 최 국수는 백 110을 두며 버텼으나 흑 123까지 이 9단의 침착한 마무리에 차이가 되레 벌어지자 돌을 던졌다. 돌을 던진 시점에 반면 15집 차이였다.

이 9단은 이로써 국수전에서 2번 연속 최 국수에게 패한 것을 설욕하며 국수위에 올랐다.

이 9단은 국수전 우승으로 왕위, 전자랜드배, 십단전, KBS바둑왕전 등 국내 기전 5관왕이 됐다. 반면 국수전 3연속 우승을 노리던 최 국수는 GS칼텍스배 하나만 보유하게 됐다.

인터넷 사이버오로(www.cyberoro.com)는 이날 대국을 이세돌(李世乭) 9단의 해설로 생중계했다. 이세돌 9단은 국내 랭킹 1, 2위의 대결인 만큼 흔쾌히 해설 요청에 응했다는 후문이다.

검토실에도 서봉수(徐奉洙) 9단을 비롯해 20여 명의 프로기사가 나와 한 수가 놓일 때마다 반상의 변화를 추적하며 분석했다.

국수전은 동아일보가 주최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기아자동차가 후원한다. 우승 상금은 4000만 원.

최종국(1~125) : 초반 우상귀에서 백 34∼40까지 4수를 투자했으나 큰 집을 내지 못하고 흑 37의 요처를 빼앗겼다. 초반 우세를 끝까지 지켜낸 이창호 9단의 완승보.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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