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한국어 시험 폐지가 아니라 호주 주류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기회가 없어질 위험에 처해 있는 겁니다…."
호주 뉴사우스 웨일스 주(NSW) 교육부에 있는 김숙희 한국어 자문관의 말이다. NSW 주는 시드니와 캔버라가 있는 주. 주 교육부는 최근 한국어 과정 일부를 대학입학 학력고사(HSC) 과목에서 빼기로 결정했다. 1992년 도입된 NSW 주의 한국어 과정은 해외에서 한국어를 주류 사회 대학입시 과목으로 채택한 첫 케이스였다.
당시 호주 사회엔 '우리도 아시아 국가'라는 자각과 함께 한국을 '제2의 일본', '부상하는 아시아의 뉴 파워'로 보는 분위기가 강했다. 호주 원어민 및 한국 교포들을 대상으로 한 한국어 과정은 초급(BC) 중급(CC) 고급과정(BSC) 세 가지.
하지만 NSW 주 교육부는 지난 해 BC 과정을 잠정 중단한 데 이어 얼마 전부터는 CC과정 폐지도 검토 중이다. 현재 CC 과정엔 겨우 4명만 등록된 상태.
그러나 본질적인 이유는 예산 문제.
프랑스나 이탈리아 일본 등은 수 십 년 전부터 NSW 주 교육부에 자국어 교육 지원금은 물론 호주 교사들을 본국으로 초청해 연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김 자문관은 "호주 교육부와 교포사회의 요청으로 한국 정부도 몇 년 전부터 일부 금액을 지원해 왔지만 다른 국가들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교포사회의 무관심과 신뢰 문제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지 교육 관계자는 "한인 학부모들이 '입시 요령 설명회'라면 떼지어 몰려들지만 '한국어 폐지 반대 운동 설명회'라면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부 한인 학생들은 한국어가 능숙한데도 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등급을 낮춰 초급 또는 중급 과정에 지원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원어민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것이다.
시드니 주재 한국 총영사관은 NSW 주 교육부의 최근 결정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아직 별다른 대답을 듣고 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안기자 cre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