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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손외철]영국 ‘성범죄자 관리체계’ 본받자

입력 | 2006-02-27 02:59:00


성폭력 사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법무부는 소년범에게만 실시 중인 ‘야간 외출 제한 명령’을 성인 성폭력 사범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전자장치를 이용해 성폭력 사범의 위치를 확인하거나(전자팔찌 착용), 약물을 주입해 성욕을 줄이는 ‘화학적 거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여러 방안 중 성폭력 사범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대표적인 국가로 꼽히는 영국의 사례도 참조할 만하다. 영국은 범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형사사법기관 간의 공조 체제가 잘 작동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공조 체제의 중심에 있는 것이 2000년 설치된 다기관공공보호연합(MAPPA)이라는 기구다. 이곳에서는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치는 상습적인 성폭행 등 성범죄와 살인, 방화, 무장 강도, 유괴 등 이른바 강력범죄자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관리 대상자는 2003년 기준으로 총 5만2809명. 이 중 성범죄자가 2만1413명에 이른다.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소속 직원은 경찰과 보호관찰관은 물론 사회복지사, 정신과 의사, 교도관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이곳의 주목할 만한 주요 업무는 모든 범죄자에 대한 위험성 분석과 재범 예측 평가. 평가를 위해 면접, 가정환경 및 성장 배경 조사는 물론 필요하면 정신의학적인 소견도 참고한다.

이곳의 성범죄자 통제 방식은 광범위하고 다양하다. 경찰과 보호관찰소는 성범죄자 관리 데이터베이스(ViSOR)로 정보를 공유하고 전자 감시(자동위치 추적 장치)를 통하여 제한된 장소에 출입하는지를 감시한다. 또 보호관찰소에서 운영하는 다양한 치료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가하도록 한다.

영국 정부가 성폭력 사범을 특별 관리하는 이유는 성폭력 사건이 일반 폭력과 달리 개인이나 가족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 후유증이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사정은 어떤가.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후 살해한 용의자가 수차례 비슷한 범법 행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정신 상태나 재범 가능성을 평가할 시스템이 거의 없다. 철저한 보호관찰이나 영국 같은 ‘치료프로그램 강좌’ 수강 의무화 등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성범죄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형사사법 기관의 공조 체제를 구축하고 강화해야 할 때다.

손외철 법무부 인천보호관찰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