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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탄생…한국 가톨릭 37년만의 최대 경사

입력 | 2006-02-23 03:06:00

두 번째 추기경 영광“한국 천주교 제2의 추기경 탄생을 축하합니다.” 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새로 서임된 정진석 서울대교구장(왼쪽)과 김수환 추기경이 손을 맞잡으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주교의 옷인 자주색 수단(신부복)을 입은 정 추기경은 3월 25일 바티칸에서 추기경 서임 후 홍의(紅衣)로 갈아입는다. 김동주 기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니콜라오·75) 대주교가 추기경이 됐다.

한국 가톨릭계는 전래 200여 년 만에 김수환(金壽煥·스테파노·84) 추기경에 이어 두 번째 추기경 탄생의 큰 경사를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2일 오전 10시 50분(한국 시간 오후 6시 50분) 바티칸시티의 교황청 알현관에서 한국의 여성 수도자 모임인 ‘삼소회’ 회원들을 비롯한 일반 신자들과 접견을 하면서 라틴어로 15명의 새 추기경 이름을 발표했다. 여덟 번째로 “한국의 니콜라오 정진석 대주교”란 이름이 나왔다. 앞자리에 있던 삼소회 소속 가톨릭 성공회의 수녀, 불교의 비구니, 원불교의 교무 등 여성 성직자들이 환호를 질렀다. 함께 있던 기자도 기쁨에 펜을 잡은 손이 떨렸다. 옆에 있던 다른 나라 신자들도 국적을 초월해 박수로 축하해 줬다.

[동영상]정진석 대주교, 두번째 한국 추기경 서임

화보보기 : 정진석 대주교의 삶

교황청은 이어 낮 12시 추기경 서임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도 같은 시간인 오후 8시 이를 발표했다.

정 신임 추기경은 교황청 발표 직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에 제2의 추기경이 나오게 된 것은 제 자신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대한민국과 한국 천주교회가 세계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게 참작됐을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의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교회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김 추기경은 “정 대주교가 서울대교구장이 된 후 곧 추기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흘러 내가 아직 살아 있어서 그런가 하고 자책감을 가졌는데 이제 맘 편히 잘 수 있게 됐다”며 따뜻한 축하의 말을 건넸다.

서울대교구는 정 추기경 서임 감사 메시지를 통해 “새 추기경 탄생은 교회 쇄신과 타 종교와의 화합을 통해 평화와 정의, 사랑에 더 정진하라는 메시지”라면서 “서울대교구는 한국 교회뿐 아니라 아시아 그리고 세계 교회의 큰 몫을 담당하라는 책임감을 느끼며 더 열심히 봉사하고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기경은 80세 미만일 경우에만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데 정 추기경은 올해 75세여서 김 추기경과 달리 교황 서거 또는 부재 시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갖는다.

정 추기경은 ‘주님 탄생 예고 대축일(성모영보 대축일)’인 다음 달 25일 교황청 성베드로 광장에서 열리는 공개 추기경회의에서 공식 서임되며 이를 위해 3월 5일 로마로 출국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는 4월 25일 명동성당에서 정 추기경 서임 축하미사를 열 예정이다.

교회법의 대가로 꼽히는 정 추기경은 현재 천주교 청주교구재단 이사장과 주교회의 교회법위원회 위원장,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 가톨릭학원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한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저녁 황인성(黃寅成) 대통령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통해 축하 난을 전달했다.

바티칸시티=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