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 주한미군 사령관, 비무장지대 방문버웰 벨 신임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왼쪽)이 9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가까운 비무장지대 내 올렛 초소를 방문해 이희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북측 지역을 둘러보고 있다. 판문점=사진공동취재단
《2020년 미래 국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취해야 할 외교 안보와 통일 전략에 관한 종합보고서가 나왔다. 민간 공익 세종연구소는 최근 2020년을 대비한 한국의 국가전략 비전에 관한 ‘한국의 국가전략 2020’ 중 외교 안보 분야와 남북 관계 및 통일에 관한 보고서를 펴냈다.》
2020년, 세계는 여전히 미국의 패권 질서 속에 있지만 이에 대한 불만도 높아진다.
중국 러시아 독일 프랑스가 대표적인 불만국이다. 이 4개국이 동맹(연합)하면 미국의 패권에 대한 도전이 가능하다.
2020년이 되면 이 4개국의 국내총생산(GDP) 합계는 19조9990억 달러로 미국의 16조8510억 달러를 능가한다. 국력지수도 세계의 총국력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22.54로 미국의 21.35를 앞지른다. 미국에 대한 도전국이 나올 경우 대규모의 전쟁 발발 가능성이 급증한다.
세종연구소가 펴낸 전략보고서 중 ‘외교 안보 분야’에 나오는 미래 세계질서 가상 시나리오의 하나다.
하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이 보고서의 결론이다. 중국 등 패권 불만국이 하나로 뭉치는 것도 어렵지만 세계에는 패권 불만국만 있는 게 아니라 미국의 패권 질서에 만족하는 나라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 영국이 대표적인 패권 만족국이다. 미 일 영 3국의 GDP는 23조8120억 달러, 국력지수 29.3으로 중국 등 4개국에 비해 월등하다. 결국 미국에 대한 도전은 불가능하다.
이처럼 미국의 패권이 장기간 유지될 게 확실한 만큼 한국으로서 한미동맹의 약화는 전략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라는 지적이다. 2035년 이후 중국의 국력이 미국 국력의 80∼120%가 되는 시점에는 중국을 구심점으로 하는 아시아 국가와 미국의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그것은 아직은 ‘먼 미래’의 얘기일 뿐이다.
북한 붕괴 시 휴전선 이북지역의 수복을 위한 사전 준비 차원에서도 한미동맹은 전략적 가치가 있다. 이 보고서는 “북한 붕괴 시 북한지역을 남한이 당연히 접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며 북한 붕괴 시 북한지역이 미 일 중 러 4강의 세력 각축장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결국 중국과 일본 등의 갈등 속에서 한미동맹에 편승해 중국과 일본의 패권국 등장을 억제하는 것이 한국이 취할 최선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한미동맹 양상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이 보고서는 전망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현재보다 규모는 축소되지만 지역적으로는 사안에 따라 한반도 및 동북아시아 또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적절히 관여하는 형태인 ‘기능적 포괄동맹’이 될 것으로 분석됐다.
한미동맹이 포괄동맹이 되면 한국군의 해외작전 동원 가능성이 있는 만큼 “미군과의 연합작전에 동원되지 않도록 명문화한다고 하지만 동맹을 유지하는 한 불필요한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이 보고서는 “포괄동맹이 될 경우 주한미군의 규모가 대폭 감축되어 한국 방위의 일차적 책임을 한국이 담당하며 동북아에서 초보적인 다자안보체제가 양자동맹을 보완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분야 보고서 작성에는 세종연구소의 이대우 홍현익 송대성 이상현 연구위원, 박철희 서울대 교수,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하태원 기자 taewon_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