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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준영 경찰청장 눈물의 퇴임사

입력 | 2005-12-31 03:00:00

경찰청 직원들은 12월 30일 허준영 경찰청장 퇴임식장에 허 청장을 성원하는 현수막을 내걸고 기립 박수를 쳤다. 허 청장은 한동안 눈물을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강병기 기자


시위 농민 사망사건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허준영(許准榮) 경찰청장의 퇴임식이 12월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지하 강당에서 열렸다.

부인과 함께 식장에 들어선 허 청장은 퇴임사에서 “제 삶의 전부였던 경찰조직을 뒤로 하고 땀과 눈물이 밴 제복을 벗어야 하는 이 시간 지난날의 영광과 좌절, 보람과 회한이 가슴을 에워싼다”고 말했다.

허 청장은 “국가정책 추진으로 인해 표출된 사회적 갈등을 경찰만이 길거리에서 온몸으로 막아 내고 그 책임을 끝까지 짊어져야 하는 안타까운 관행이 이 시점에서 끝나기를 소원한다”고 말하다 끝내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허 청장은 또 “이제는 기필코 폭력 시위의 구습을 털어내야 한다”며 “돌멩이와 쇠파이프가 난무하고 시위대와 경찰의 피 흘리는 모습이 하루속히 사라져야 한다”고 ‘평화 시위 정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허 청장은 퇴임사를 읽기 시작하자마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으며 퇴임사를 읽는 동안 서너 차례 눈물을 흘렸다.

최광식(崔光植) 경찰청 차장 등 행사에 참석한 경찰관 500여 명은 퇴임사 중간에 14차례나 박수를 보내며 허 청장의 퇴임을 아쉬워했다.

일부 경찰관은 “경찰이 사실상 죽은 날이다”며 가슴에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을 달기도 했다.

허 청장의 퇴임사가 끝나자 경찰과 일부 시민이 ‘끝까지 지켜봐 주십시오. 15만 경찰의 힘으로 반드시 수사구조개혁을 이루겠습니다’, ‘허준영! 우리는 결코 당신을 보내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 2개를 내걸며 “청장님, 사랑합니다”고 수차례 외쳤다.

허 청장과 동반 사퇴한 이기묵(李基默) 서울지방경찰청장의 퇴임식도 이날 오전 서울경찰청사 2층 강당에서 열렸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