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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일윤]방폐장 안전, 1만년 후대를 생각해야

입력 | 2005-12-26 03:03:00


경북 경주시가 2005년 11월 2일 지역 주민투표를 통해 중저준위 방사능폐기물처분장(방폐장) 건설을 위한 최종 선정지로 결정되었다. 89.5%라는 놀라운 주민 찬성률의 결과였다.

이처럼 높은 찬성률의 배경에는 1992년 대선 공약이었던 경주경마장 건설의 백지화와 국책 사업인 태권도공원 유치 노력의 무산 등에서 느낀 경주시민들의 상실감과, 인근 도시인 포항과 울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한 지역경제로 말미암은 인구 감소 등 전반적으로 위축된 지역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한 곳에 집결된 결과였다.

이런 면에서 경주의 방폐장 유치는 분명히 보약이 될 것이다. 산업자원부가 약속한 사업초기 3000억 원의 특별지원금과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 양성자가속기 개발사업, 그리고 매년 60억∼100억 원의 원전수거물 반입수수료 등은 듣기만 해도 솔깃하다. 지역개발 사업과 연계하여 추진될 테크노파크, 산업단지, 관광 및 레저단지 조성 등으로 파생될 3조6000억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도 예상된다. 여기다 앞으로 2만9000명의 고용 창출 효과로 인한 외부 인구 유입 등을 예상하면 현재 침체를 겪고 있는 경주 경제에 방폐장 유치는 분명 전환의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경북도가 제공할 각종 혜택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우선 고려해야만 할 것들이 있다. 첫째는 방폐장 건설에 따른 지역 주민의 안전성 보장이며, 둘째는 경주의 역사문화도시 이미지 손상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점이다.

방폐장 유치에 찬성표를 찍을 때 후손까지 안전하게 잘살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면 이를 받아들였을 주민은 한 명도 없었을 것이다. 정부는 내년에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2008년 말에 경주 방폐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그리고 정부는 지역주민의 반대로 3개월 이상 공사가 지연되면 모든 지원사업을 회수한다는 원칙을 내세웠다.

이미 경주에 방폐장이 들어오는 것은 89.5%의 주민 찬성으로 확정되었는데 뭐가 그리 바쁘단 말인가? 1년이란 짧은 기간으로 용지 선정은 결정되었지만 방폐장 건설은 몇만 년을 견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게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충분한 연구와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2008년 현재 중저준위 보관소가 포화 상태가 되어 지금 있는 자리에 임시보관 창고를 짓는 한이 있어도 안전성 확보는 최우선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지역에서도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자체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전문인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더 철저한 사후관리 시스템 도입을 요구함과 동시에 앞으로 방사성 폐기물 포장과 수송에 대한 안전성 확보를 위한 연구와 구체적인 법규 제정을 중앙에 요구해야 한다.

4차 산업으로 불리는 관광산업은 미래 우리나라의 국가경쟁력을 키우는 중심 사업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 측면에서 방폐장은 청정도시, 문화관광도시 경주의 이미지에는 분명 ‘독’이다. 정부가 경주시민에게 약조한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물 분리 원칙에 따라 고준위 폐기물을 다른 지역으로 이동시켜도 결코 ‘득’이 될 수는 없다.

따라서 정부와 한수원은 지금부터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전기사업법의 규정에 따라 사후 충당금으로 적립되었던 6조 원을 신규 원전 건설에 사용해 버린 지금 이른 시간 안에 자금을 다시 회수하여야 한다. 유럽 선진사회에서 볼 수 있듯이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경우 그 위험성 때문에 많은 재원과 연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제 세계적인 문화관광도시, 최첨단 과학도시라는 양 바퀴를 달고 천마가 순조롭게 달리기 위해서는 경주에 주어진 ‘보약’의 효과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이 다방면에서 신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누군가 아픈 마음으로 ‘독’을 감시해야만 2000년 선조와 1만 년 후대에 부끄럽지 않은 경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김일윤 경주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