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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나의 정치 계승”…DJ발언 논란

입력 | 2005-11-09 03:04:00

김대중 전 대통령(오른쪽)이 8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우리당 정세균 의장 등 임시지도부의 예방을 받고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8일 오랜만에 ‘정치적 발언’을 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진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열린우리당이 DJ 계승자?=DJ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으로 찾아온 열린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 등 임시 지도부를 맞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여러분이 나의 정치적 계승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을 두고 DJ의 적자(嫡子) 논쟁을 벌여온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은 신경전을 벌였다. 마침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제기되고 있어서 DJ의 발언은 묘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DJ와의 면담 후 국회로 간 열린우리당 전병헌(田炳憲) 대변인은 브리핑을 하면서 DJ의 ‘정치적 계승자’ 발언을 가장 먼저 소개하고 이를 한껏 강조했다. DJ가 열린우리당 지도부와 대화 말미에 한 얘기를 가장 앞세워 소개한 것. DJ 가신 출신인 배기선(裵基善) 사무총장은 “DJ의 말은 국민의 정부를 이어받은 것이 참여정부라는 의미다”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발언이 이처럼 부각되자 DJ 측은 “이날 면담 참석자 중에 과거 국민회의, 민주당 때 정치를 같이한 분들이 많아 인연이 깊다는 취지에서 건넨 덕담”이라며 열린우리당에 발언 취지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유종필(柳鍾珌) 대변인은 “한화갑(韓和甲)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DJ에게서 그런 덕담을 10번도 더 들었다”며 “이런 것까지 자의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보니 열린우리당이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에 대한 충고=DJ는 정 의장 등에게 “현재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최저인 것은 전통적 지지표의 이탈 때문”이라며 “전통 지지표의 복원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DJ는 1시간 15분여 동안의 면담에서 “현재 열린우리당이 많은 어려움에 빠져 있는데 문제는 국민이 바라는 정치에서 많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경제와 민심에 전념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DJ는 “대통령 중심 체제에서 여당이 대통령 잘못을 공개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여당다운 모습도 아니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말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통화=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이 일요일인 6일 오후 DJ에게 아무런 예고 없이 안부 전화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통화 직후 YS는 측근들에게 “(DJ가) 병원에 입원도 했다던데 가보지 않다가 통화를 하고 나니 마음이 편하다”고 심경을 밝혔다고 한다.

YS가 그동안 DJ에 대해 극도의 반감을 공공연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의 소원한 관계가 해소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YS는 전화 통화뿐 아니라 폐렴 등으로 입원했다가 퇴원한 DJ를 직접 문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화해 기류를 정치권 새판 짜기와 맞물려 해석하기도 한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