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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 봉사단 ‘거리의 천사들’ 노숙자에 식사대접-재활상담

입력 | 2005-10-13 03:02:00

12일 0시를 조금 넘긴 깊은 밤 서울 을지로입구 지하철역 앞에서 ‘거리의 천사들’ 회원인 여대생들이 노숙자들에게 주기 위해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있다. ‘거리의 천사들’은 8년째 매일 밤 서울 도심의 지하도 노숙자들을 돌보고 있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전철 운행이 끝나가고 귀가 인파도 뜸해진 12일 0시 10분경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앞. 줄지어 선 100여 명이 젊은이들이 건네주는 컵라면과 뜨거운 보리차, 쌀밥, 단무지 등을 챙겨든 채 삼삼오오 ‘종이박스 숙소’로 가 맛있게 먹고 있다.

“천천히 맛있게 드세요.” “오늘도 고생이 많구먼.” 자원봉사자들은 개신교 노숙자 선교단체인 ‘거리의 천사들’(거천·대표 섬기미 안기성 목사)의 회원들. 이에 앞서 봉사자들은 11일 오후 11시경 서울 종로구 이화동 섬김의 집에 모여 안 목사의 인도로 간단한 기도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승합차 2대에 나눠 타고 을지로3가역, 을지로2가역, 을지로입구역, 한국프레스센터 앞 지하도, 종각역 등 5곳의 노숙자들을 찾아 봉사활동을 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거리로 내몰린 실직 노숙자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시작된 거천의 야간 사역(使役)이 8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1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서울 도심의 지하도 노숙자들을 찾아가 식사를 대접하며 생필품을 제공하고 상담을 통해 가정과 일터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해오고 있는 것.

700여 명의 봉사 회원이 35개 팀을 이뤄 하루 평균 20명이 야간 사역에 참여한다. 봉사자들은 초등학생부터 중고교생, 대학생, 직장인, 노인 등 다양하다. 이들이 하룻밤에 돌보는 노숙자는 5곳의 300여 명으로 서울 시내 노숙자의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밤 봉사에 참가한 동산교회(서울 강남구 포이동) 청년회원인 박선민(19·한국외국어대 1년) 씨는 “노숙자 아저씨들이 감동받는 걸 보면 하나님이 역사하시는 걸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4년째 매주 이 일을 해 왔다는 마포교회 청년회원 진무두(29·정보기술업) 씨는 “노숙자들은 삶의 희망을 잃어버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신들이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을 가질 때 원상회복이 빠르다”고 말했다.

거천은 8년 동안 이 일을 해 오면서 많은 노숙자를 일으켜 세웠다. 7년간 노숙하다가 일자리를 찾은 뒤 봉사자로 나선 사람, 강원 홍천군으로 가 농부가 돼 첫 농사에서 수확한 쌀 한 포대를 보내온 사람, 1년 노숙한 뒤 직장을 찾아 첫 월급에서 떼어 10만 원의 성금을 내놓은 사람 등 다양하다.

안 목사는 “‘거리의 천사’란 노숙자와 이들을 돕는 자원봉사자 모두를 일컫는 말”이라며 “실질적으로는 노숙자보다 봉사자가 훨씬 더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거천은 노숙자들의 고충을 상담하고 아픔을 달래 주는 ‘희망의 전화’(02-766-6336)도 24시간 운영한다. 누구나 자원봉사 외에 소액 헌금이나 물품으로도 후원할 수 있다. www.st1004.net, 02-744-8291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