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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압사사고 계기로 본 공연프로 문제점

입력 | 2005-10-05 05:08:00

1만∼2만 명이 예사로 모이는 방송사의 대형 야외 공연은 관객 입장부터 좌석 배치까지 철저한 안전관리가 필요하다. 야외 공연장에서 열광하는 팬들(위)과 공연장 밖에서 기다리는 팬들의 모습. 동아일보 자료 사진


11명의 목숨을 앗아간 경북 상주시 시민운동장 압사사고는 우리 방송계가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치부(恥部)를 여실히 드러낸 인재(人災)였다.

대형 행사의 주역인 방송사들은 공연비용은 거액의 협찬금으로 충당하고, 실제 행사 진행은 공연기획사에 맡기는 게 상례다. 공연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덤핑으로 행사 진행권을 따낸 공연기획사들은 빠듯한 예산 속에서 이윤을 내기 위해 안전에는 관심을 제대로 기울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방송사 주최 대형 행사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덤핑 수주가 난무하는 대형 공연=방송사 주최 야외공연은 지역 홍보를 원하는 지자체나 기관 등이 방송국에 요청해 이뤄진다.

지자체 등 행사 유치 기관과 방송사를 연결해 주는 매개가 공연기획사다. 현재 국내엔 100개 이상의 공연기획사가 활동 중인데 이 중 상당수는 영세한 수준이며 대형 공연 진행 경험이 적다.

이번 상주시 MBC ‘가요콘서트’ 야외공연을 맡은 기획사인 국제문화진흥협회도 공연 진행 경험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빠듯한 예산도 문제다. 야외공연을 유치한 기관은 무대 및 음향장비 설치비 등의 명목으로 방송사에 야외공연 비용을 지급한다.

이번 상주 ‘가요콘서트’의 경우 기획사는 가요콘서트 공연을 포함한 자전거축제 5개 행사 비용으로 상주시에서 1억 원을 받았으나 MBC 측에 세트 음향장비 설치비 등의 명목으로 1억3000만 원을 냈다.

기획사가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돈을 방송사에 주고 나면 안전 문제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한 기획사의 관계자는 “공연이 돈이 될 것 같으면 아무 경험이 없는 회사가 뛰어들어 무조건 맡고 보는 식이 많다”며 “수주가 우선이다 보니 안전 문제 소홀은 물론 예산상 뒷감당을 못해 공연이 취소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엔니오 모리코네의 내한 공연이 공연기획사가 계약한 개런티 중도금을 주지 못해 공연 이틀 전에 취소되는 망신을 당한 것을 비롯해 영국 로열필하모니오케스트라와 동방신기, 윤도현 밴드의 합동 공연이 취소된 것도 비슷한 사유다.

물론 야외공연 시 협찬금을 받는 것은 방송가의 오랜 관행이다.

KBS ‘열린음악회’의 경우 3일 열린 경기 성남시 아트센터 개관 기념행사에서 2억 원을 받은 것을 비롯해 야외 공연마다 평균 2억∼2억5000만 원을 받고 있다.

MBC 관계자는 “스튜디오에서 할 땐 편당 2500만 원이 들지만 야외로 나가면 기본 제작비가 1억 원을 훌쩍 넘는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도 “야외공연은 방송사 입장에서도 원하지 않지만 지자체 등의 요청이 하도 간곡해 뿌리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며 “세트 제작비 등이 많이 들어 불가피하게 제작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존해 온 안전사고 위험=방송사가 관여한 야외공연에서의 사고 위험은 과거에도 있었다. MBC ‘가요콘서트’ 홈페이지에는 전남 광양시 편(8월 22일 녹화) 때도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유사한 상황이 연출됐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 상주 사고의 경우 MBC 측이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사전에 충분히 인지했는데도 결국 공연이 강행됐다. MBC는 4일 “제작진이 3일 오전 경호 및 의자와 관련해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고, 상주시에 안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방송 녹화가 불가하다고 통보했으며, 이에 대해 상주시가 ‘시 책임하에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연 사고 발생 시 방송사가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4일 KBS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김재윤(金才允·열린우리당) 의원은 “KBS홀 임대 계약서에 ‘사고 발생 시 KBS홀을 임차한 기획사가 책임진다’는 조항이 있어 방송사에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한 것은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