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놔, 놔’를 ‘넣어, 넣어’로 잘못 알아들었습니다.”
KBS2 TV ‘도전 지구탐험대’의 콜롬비아 야르보 부족 체험 촬영 도중 아나콘다에게 물렸던 개그우먼 정정아와 외주제작사 정승희 PD가 21일 서울 여의도 KBS연구동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정정아가 아나콘다에게 물린 뒤 PD가 팔에 남아 있던 뱀 이빨을 다시 상처 부위에 넣으라고 했다는 언론보도에 대해 PD가 “놔”(놓아)라고 했는데 정정아가 ‘넣어’로 잘못 알아들은 해프닝이라고 주장했다. 정 PD는 정정아가 물린 뒤 즉시 차량을 수배해 병원에 데려가 치료를 받게 했으며 후속 촬영은 정정아의 동의하에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정정아는 “기자들에게 언론에 보도된 것같이 구체적으로 당시 상황을 말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의 회견 내용을 100% 믿어주기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이들은 사고 당시 정황이 담긴 녹화테이프를 공개하라는 요청에 대해 “또 다른 오해를 불러올 여지가 있다”며 거부했다. 또 정정아와 통화한 일부 기자들은 “전화 통화 내용이 녹음돼 있는데 구체적 내용을 말한 적이 없다고 하다니 어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아쉬운 점은 이들과 KBS가 이번 사건의 본질인 안전불감증에 대해 반성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데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제작진이 정정아에 대한 보험조차 들지 않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KBS 측이 정 PD와 출연자를 출국 전에 불러 안전교육을 하면서 보험을 들라고 권유했지만 “촬영보다 안전을 우선시한다”는 제작진은 “시간이 없어서” 이마저도 지키지 않았다.
한편 KBS는 ‘도전 지구탐험대’를 10월 개편 때 폐지하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