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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우린 학원 안가요, 학교에서 배우거든요

입력 | 2005-07-26 03:09:00

대입에서 논술고사가 중요해지면서 논술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지만 학교에서도 교사들의 자발적 노력으로 학원보다 나은 논술 교육을 하는 곳도 적지 않다. 전북 전주 상산고의 수업 모습. 동아일보 자료사진


“학교가 학원보다 논술을 못 가르칠 이유는 없습니다.”

2008학년도 대입 논술고사에 대비해 일선 고교가 논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논술을 가르치는 등 교내 논술 교육으로 효과를 보고 있는 학교들도 적지 않다.

서울 한양대부속여고는 올 1학기부터 수시모집 대비 ‘논술반’을 운영하고 있다. 국어 교사뿐 아니라 철학, 과학 등 다른 전공 교사도 참여하고 있다. 고교 3학년 20여 명은 교사와 토론 수업과 글쓰기를 하고 교사는 학생의 글을 일일이 첨삭 지도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남열 교감은 “학교에서의 논술 교육이 성공하려면 논술지도 매뉴얼 제작과 논술 교사 연수가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동산고의 경우 철학, 논리 수업과정에서 글쓰기의 기초인 논리적 사고와 표현을 가르치고 있다.

이수석 철학·논리학 교사는 “단계적인 훈련 과정을 거쳐 3학년 때 본격적인 논술 교육을 한다”며 “창의적, 논리적 사고력이 바탕이 돼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3학년 정승현(18) 군은 “철학·논리학 수업을 통해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법을 배워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 숭문고는 학생들이 각자 관심 있는 주제를 골라 한 학기 동안 ‘나만의 책’을 만든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학생은 ‘대안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을 주제로 저자를 만나서 인터뷰를 하거나 현장 답사를 하기도 한다.

허병두 국어 교사는 “무조건 통합교과형 논술만 강조하는 것은 문제”라며 “창의적 글쓰기를 위한 기초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통합교과형 논술은 학원 강사라고 별다른 비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여러 과목 교사들이 팀을 이뤄 연구하면 학원보다 훨씬 잘 가르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자연계 논술의 경우 수학, 과학 심화학습이 요구되기 때문에 해당 교사들에 대한 연수 등 제도적 뒷받침도 있어야 한다.

서울 동북고에서는 국어, 사회, 윤리, 물리, 화학 교사들이 한 달에 한 번씩 ‘독서토론회’를 갖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이나 자료에 대해 토론한다. 내년부터는 여러 과목의 교사들이 ‘논술팀’을 만들어 교사 2, 3명이 공동 수업을 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강방식 윤리 교사는 “통합교과형 논술은 여러 교과 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