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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섹스의 진화’…인간의 성행위가 가장 변태스럽다?

입력 | 2005-07-09 04:48:00

오귀스트 로댕의 조각 작품 ‘입맞춤’. 인간은 다른 동물들과 달리 생식보다는 주로 쾌락을 위해 섹스를 한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섹스의 진화/제러드 다이아몬드 지음·임지원 옮김/291쪽·1만3000원·사이언스북스

이 책은 불경하다. 인간들의 성행위가 자연계에서 가장 변태라고 주장한다. 인간의 성적 습성은 다른 동물들과 공통점을 찾기 힘든 특징을 지닌다. 남의 눈을 피해 사랑을 나누고, 생식보다 쾌락을 위해 성관계를 맺고, 일부일처 형태의 배우자 관계를 장기간 유지하고, 그러면서도 다른 부부들과 공동생활을 하고, 부부가 공동양육을 맡고, 인간 여성은 어느 시점 이후에는 애를 낳을 수 없다는 점 등이다.

이런 특징은 다른 동물들에게서는 거의 발견할 수 없다. 대부분의 동물들은 공개적으로 사랑을 나누고, 성관계의 목적은 오로지 생식에 있으며, 하룻밤 사랑에 만족하고, 그러고도 틈만 나면 파트너를 바꾸며, 새끼의 양육은 대부분 암컷이 떠맡으며, 암컷의 폐경기가 없다.

이 책은 모성애의 신화도 짓밟는다. 자연계에서 수컷과 암컷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는 것을 최대과제로 삼는다. 따라서 교미를 끝낸 후 서로에게 양육을 떠맡기고 새로운 짝짓기에 나서는 것이 유리하다.

자, 이제 담력내기(chicken game)가 시작된다. “야야, 분명히 말하는데 난 죽어도 애 안 본다. 알아서 해.” 이 게임은 결국 3가지 경제적 요소로 결정된다. 누가 수정된 알에 더 많이 투자했는가, 수정된 알을 돌보는 것과 그로 인해 다른 알을 수정시킬 수 있는 기회비용의 차이가 얼마인가, 태어날 새끼가 내 핏줄이라는 보증의 확실성이다.

일반적으로 수정란에 대한 투자는 암컷이 많다. 보통 난자는 정자보다 100만 배 이상 크다. 또 체내수정을 할 경우 암컷이 자양분 공급이란 추가투자까지 해야 한다. 그리고 암컷은 자신의 몸에 수정란을 간직하므로 100% 자신의 새끼임을 확신할 수 있지만 수컷은 그런 확신이 불가능하다. 결국 암컷의 모성애는 그만큼 새끼에 대해 집착할 수밖에 없는 지극히 이해 타산적 이유가 숨어 있는 셈이다.

이 책은 또한 가족 부양을 핑계로 사냥을 떠난 남편들이 실은 더 많은 여성과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한 것이었고, 남성들이 성기 크기에 집착하는 것은 여성들 때문이 아니라 경쟁상대인 남성을 의식해서라는 점을 밝혀낸다.

이처럼 불경한 책을 왜 읽어야 하는가. 킥킥 웃음이 터져 나올 만큼 재미있기 때문이고, 우리 자신의 동물적 면모를 잘 이해함으로써 우리의 영혼적 요소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원제 Why Is Sex Fun(1997).

이 책은 첨단과학지식을 대중적 호흡으로 소개한 ‘사이언스 마스터스’ 총서(전 22권)의 1차분 번역본 5권 중 하나다. 우주 최후의 순간을 재구성해 낸 ‘마지막 3분’(폴 데이비스), 암세포 연구의 역사와 미래를 소개한 ‘세포의 반란’(로버트 와인버그), ‘원소의 왕국’(피터 애킨스), ‘인류의 기원’(리처드 리키)이 함께 출간됐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