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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믿지? 손만 잡고 잘게” 믿을까 말까

입력 | 2005-06-29 15:13:00

동아일보 자료사진.


‘손만 잡고 잔다는데 그 말을 믿어도 될까요?’

휴가철을 앞두고 지난 27일 한 포털 사이트 고민상담 게시판에 “오빠가 손만 잡고 자겠다면서 함께 여행을 가자고 하는데 어쩌죠?”라는 글이 올라왔다.

‘상냥한’ 누리꾼들은 이 ‘순진한 고민녀’를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댓 글을 800여개 이상 올리며 함께 고민했다. 해당 글은 19세 이상 게시판에 올라왔음에도 열화와 같은 성원 속에 29일 현재 조회수 12만을 훌쩍 넘겼다.

가장 많은 답변은 “차라리 고양이가 생선을 안 먹겠단 말을 믿으세요”였다.

남성 누리꾼들은 “원래 모든 역사는 그 놈의 손만 잡고 자는 걸로 시작되는 법”, “순진한 척 하는 거냐, 함께 가겠다는 게 바로 ‘섹스의 동의’ 아니냐”, “더운 날 뭐 하러 손만 잡고 자나”고 하거나, “만약 믿고 따라 간다면 몇 년 후 집안 가훈은 ‘오빠 말 절대 믿지 말자’가 될 것”이라며 ‘오빠’의 흑심(黑心)을 경계하라고 충고했다.

여성 누리꾼들의 솔직 경험담과 주위에서 들어 아는 얘기도 이어졌다.

“나도 처음엔 손만 잡고 잤는데, 아기가 생겨 남편과 결혼하고 말았다”는 주부들의 고백이 줄을 이었다. 그런가 하면 “경험담인데 원래 남자가 손만 잡고 잔다고 다짐했더라도 밤이 되면 생각이 바뀌는 것 같더라”, “다른 여자들도 대부분 그 말에 당했다. 가까운 곳으로 당일치기로 다녀와라”는 글도 있었다.

몇몇 남성 누리꾼은 “손만 잡고 잔 사람 여기 있소, 고자는 아니지만 신뢰를 깨고 싶지 않아 약속을 지켰다”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통념상 여자의 ‘숙박 여행 동의는 곧 성관계 동의’라고 받아들였다.

한국여성상담센터 이승은 팀장은 “여성들이 여행에 앞서 ‘성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다’라고 자기 의사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미리 서약서를 받거나 녹음을 해 두면 나중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근본적으로 데이트를 하는 남녀 사이에서도 평소 ‘나는 어디까지 우리 관계를 허용한다’라는 식의 대화를 자주 나눠야 한다”며 “활발한 성적인 의사소통이 데이트 성폭력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데이트 성폭력 상담은 144건으로 전체 성폭력 상담 2362건의 6.1%이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